원자력 마이스터高 “수업할 의욕 잃어”…경북대 에너지공학부 “추진 과정 졸속”

  • 김중엽,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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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07:14  |  수정 2017-07-24 07:14  |  발행일 2017-07-24 제3면
■‘탈원전 정책’ 고교·학과 비상
“다른 나라는 20여년간 토론하는데
국가의 중대한 에너지 정책 결정에
공론화도 없이 단기간에 결론 내려”
원자력 마이스터高 “수업할 의욕 잃어”…경북대 에너지공학부 “추진 과정 졸속”
울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가 지난 20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긴급 협의회를 열고 있다.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제공>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 추진되자 원전 관련 고교와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고교생들은 수업 의욕을 상실했다며 큰 우려를 표했고, 대학에서는 전문가 의견이 배제된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원전과 관련된 대구·경북의 학교로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울진), 경북대 에너지공학부, 동국대 경주캠퍼스 원자력·에너지시스템 공학과, 위덕대(경주) 에너지전기 공학부 등이 있다. 영남대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공이 개설돼 있다.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국내 유일 원자력 전문고교인 울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이하 원마고)는 지난 20일 긴급 비상대책 회의를 갖고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국가 교육정책을 믿고 자녀를 원마고에 진학시켰는데, 설립 4년째에 갑작스럽게 정부가 정책을 바꿔 학생의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깊은 우려와 분노를 느낀다”며 학교 측에 적절한 대응책을 요구했다.

평해읍 월송리에 소재한 원마고는 2014년 평해공고에서 교명을 바꾸고 마이스터고로 전환했다. 원전산업기계·원전전기제어 등 2개 과를 개설해 1·2·3학년 총 12학급에 232명이 현재 재학 중이다. 원마고는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에 힘입어 올 초 1회 졸업생 79명 전원이 한수원을 비롯해 공무원, 대·중견기업 등에 100% 취업해 전국 최고 ‘취업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학교와 운영위원회(위원장 조희조)는 앞으로 정부 정책의 변화를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유관 기관을 방문하는 등 설립 목적을 충실하게 유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업 다변화, 새로운 업체와 MOU 체결, 교육과정 수정 등 대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은 “전교생 대다수가 한국수력원자력<주> 취업이 주목적인데 원전 폐쇄 정책이 진전될 경우 취업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앞설 수밖에 없다. 수업할 의욕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경 교장은 “정부정책 변화와 국내외 기업 활동 등 모든 상황을 직시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면서 “심도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마고의 2018학년도 학교 입시 설명회는 △1차= 9월21일 오후 1시 경주서라벌문화회관 △2차= 9월22일 오후 1시 포항청소년수련관 △3차= 9월28일 오후 1시 본교에서 열린다.

◆경북대 공과대 에너지공학부

경북대 공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와 학생도 일제히 우려감을 나타냈다.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 국가의 중대한 에너지계획이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결론 내려진 것 같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훈 학과장(원자력·방사선 전공)은 “대통령 선거가 급작스럽게 치러져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은 이해하지만, 당선 후 얼마되지 않아 탈원전 방침을 밝힌 것은 너무 성급한 것 같다”면서 “장·단기 국가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 관련 전문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과장은 또 “경북대 에너지공학부는 한 해 27명을 모집하는데,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의 학생이 원자력 관련 전공을 한다”면서 “원전정책이 바뀌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방침이 확정돼 크게 혼란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한승엽 에너지공학부 학생대표도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행정·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20여년간 토론하고 국민투표 절차 등도 거치는 데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 수렴도 없이 너무 빨리 방향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원자력을 전공한 학생 가운데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학생이 있다”면서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반대를 단순히 취업 걱정 때문이라거나 집단이기주의적 시각으로 보는 것도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 13개 대학 원자력에너지 관련 학과 학생회는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채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정상적인 공론화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진=김중엽기자 kjynks@yeongnam.com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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