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상 유치원 지름길 사립유치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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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8   |  발행일 2017-08-28 제29면   |  수정 2017-08-28
[기고] 무상 유치원 지름길 사립유치원 활용
권형민 범어유치원 원장

2010년 전국 유치원 원아 수는 53만8천587명이었다. 그 중 76.5%(41만2천10명)는 사립 유치원에 다녔고, 23.5%(12만6천577명)는 국공립 유치원에 다녔다. 2016년은 70만4천147명의 원아 중 75.8%(53만3천798명)가 사립에, 24.2%(17만349명)가 국공립에 다녔다.

국공립 유치원을 신설하느라 쓴 예산은 2014년 한 해만도 3천571억원이나 된다. 7년 동안 몇 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세금을 쏟아붓고도 국공립 원아는 비율상 0.7%, 인원상 4만3천772명밖에 늘지 않았고, 사립은 비율상 0.7% 줄었지만 인원은 오히려 12만1천788명이나 늘었다. 교육부의 유치원 무상교육 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명약관화한 통계적 진실이다.

유아교육에 드는 가정부담 교육비의 감소 및 무상화는 저출산 문제를 완화 내지 해소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도 유아교육 정책은 엄청난 세금을 투입하지만 효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된 ‘국공립 유치원 증설로 유치원 무상 교육 실시’를 밀어붙이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법 제24조는 ‘초등학교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4년 규모의 세금을 투입, 국공립을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전국 모든 원아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려면 40년 걸린다. 돈은 돈대로 들어 14조원 이상 소모된다.

나는 이미 건물 등 기본 시설을 다 갖추고 있는 사립 유치원을 활용하면 건축비 등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유치원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14조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을 짓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다. 사립 유치원을 국공립처럼 활용하면 세금을 전혀 낭비하지 않고도 바로 유치원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립 중·고교를 활용했듯이 사립 유치원을 활용하면 간단하다.

사립 유치원 설립자들에게 왜 국민 세금을 지원해 주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사립 유치원을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립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지원하자는 근본 취지를 오해한 탓이다. 사립 유치원, 중학, 고교 학생과 국공립 유치원, 중학, 고교 학생이 같은 학비를 납부하는데 사립 설립자들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갈까? 유치원, 중학, 고교를 가릴 것 없이 사립이 국공립에 비해 훨씬 많은 학비를 받을 때라야 사립 설립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교사 인건비와 최소 유지비만 국공립과 동일하게 교육청이 지원하고 감독하는 상황은 사립 설립자 입장에서 볼 때 건물 짓고 설비하느라 투여한 수십 억원의 사유재산을 사실상 국가에 헌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국공립 유치원은 원아 1인당 국민 세금을 매월 98만원 쓴다. 학부모는 월 1만원 정도만 부담한다. 사립은 원아 1인당 60만원 미만이 드는데 세금이 31만원, 학부모 부담이 25만원가량 된다. 사립 학부모가 월 25만원 정도 더 교육비를 자부담하지만 국민이 볼 때는 국공립이 원아 1인당 세금을 67만원이나 더 쓴다.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불평등 위헌 사항이고, 효율성 없는 세금 낭비다.

원아 1인당 월 60만원이면 유치원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교육부의 유치원 지원 1년 예산은 약 3조7천억원이다. 이를 공사립 전체 원아 수로 나누면 1인당 월 47만원씩 돌아간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에게 47만원과 아동 수당을 합해 50만원을 지원하고 학부모 부담금을 10만원 이내로 하면 교육부가 지금 쓰고 있는 유아교육 예산만으로도 유치원 무상교육의 전면, 즉각 실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이미 다 지어져 있는 사립을 활용하면 현재보다 국민 세금을 더 지출하지 않고도 즉각, 전면적으로 유치원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유치원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의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상당한 원군을 얻게 된다. 이제는 국민이 교육부에 유아교육법 24조 준수를 명령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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