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수장에 낙하산 인사 안된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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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1   |  발행일 2017-09-11 제2면   |  수정 2017-09-11
BNK 차기 회장, 文캠프 출신
경찰수사 대구銀도 영향 우려
조직 분열 곤란…결속 목소리

내부 비리로 공석이 된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자리에 최초로 외부 인사가 선임되면서 DGB금융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박인규 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내부 구성원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어, BNK금융지주에서 일어난 일이 자칫 재현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DG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일로 대구은행 출신이 수장을 맡아 온 내부승진 전통이 깨지고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일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추위는 지난달 17일과 21일 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 내정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탓에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1946년생으로 만 71세의 고령인 데다 BNK금융지주 사상 첫 외부출신 최고경영자(CEO)여서 노동조합 반발이 심한 것도 한몫했다.

앞서 BNK금융 임추위는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조종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된 이후 외부 인물 영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회장 인선에 개방형 공모 방식을 선택해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DGB금융그룹에서는 BNK금융지주에서 일어난 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 전 회장처럼 박 회장도 출국금지된 상태로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일부 간부급 직원은 자정노력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내부고발자 색출에 나서는 등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뒤 현직 신분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될 경우,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조직의 통제와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BNK금융지주처럼 외부 인물 영입을 통해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항할 명분을 스스로 잃게 되는 셈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6대 홍희흠 행장(외환은행 출신)을 제외하면 모두 대구은행 출신이 수장을 맡아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정능력 회복과 내부결속을 다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지난 8일 자발적으로 모인 사외이사들은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금과 같은 시기에 조직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조직안정화를 위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고객와 지역민, 그리고 지역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현실과 DGB금융그룹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되는 것이 지역사회와 조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이를 통한 내부결속과 자정노력으로 지역 사회의 신뢰도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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