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의 추악한 여론조작 철저하게 수사해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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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8   |  발행일 2017-09-18 제31면   |  수정 2017-09-18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이 벌인 추악한 여론 공작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 예산 수백억 원을 들여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것도 모자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방송 장악까지 시도했다. 더구나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를 흠집 내기 위해 알몸 합성 사진까지 만들어 유포하고,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온라인상에 퍼뜨리기도 했다.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쓰레기 수준의 여론 조작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MB정부 시절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아니라 여론조작 기관에 가까웠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원세훈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민간인 수백 명으로 구성된 댓글부대(사이버외곽팀)를 운영했다. 그들은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댓글부대를 관리하면서 실체를 숨겼다. 그러면서 댓글부대 운영비로 국가 예산을 무려 480억원가량 썼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정원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기망(欺罔)한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 범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정원이 작성한 MB 블랙리스트는 더욱 기가 찬다. 국정원은 2009년에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문화예술인 82명의 명단을 만든 후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들을 퇴출시키려 했다. 해당 연예인의 경우 방송 출연과 광고 활동을 막고 이들 소속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유도했다. 이는 국정원이 좌파 낙인을 찍은 문화예술인의 밥줄을 끊은 것이어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보다 더욱 악질적이다. 더구나 국정원은 2011년에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처럼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유포했는데, 너무도 저급하고 치졸한 작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거 국정원의 일탈은 이게 다가 아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경영진 인사에 개입하고 간부와 프로듀서 등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MBC본부는 “국정원이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라디오, 예능, 드라마까지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MB정부 시절 광범위하게 진행된 국정원 여론공작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었을 게 분명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두 번 다시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는 저열한 여론공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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