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쉬운 돈벌이의 유혹…보이스피싱 인출책 고교생 무더기 검거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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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0   |  발행일 2017-09-20 제8면   |  수정 2017-09-20
20170920

대구의 한 고교 3학년생인 A군(18)은 올해 초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다른 계좌로 송금해주기만 하면 인출 금액의 5%를 수당으로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범죄라는 걸 알았지만 마침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등이 필요했던 터라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A군은 지난 3월17일 첫 ‘임무’를 수행했다. 북구 산격동의 한 은행 현금입출금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받은 대포통장에 든 2천만원을 인출한 뒤 그 자리에서 5%(100만원)를 뗀 1천900만원을 이들이 알려준 또 다른 계좌로 보냈다. 당시 대포통장에 든 돈은 한 4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입금한 것이었다.

불과 몇 분 만에 100만원을 쉽게 손에 쥔 A군은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 B씨(20)와 선배의 여자친구(19·무직), 같은 반 친구 C군(18) 등 동급생 7명,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 D양(17)까지 모두 10명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꼬드겼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올해 3~6월 모두 156차례에 걸쳐 대구지역 은행 ATM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209명이 대포통장으로 송금한 9억8천만원을 인출,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했다. A군 등은 인출액의 5%를 수당으로 받아 나눠 가졌다. 수당으로 챙긴 돈만 4천900만원에 달했다. 이 돈은 대부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19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A군과 B씨를 구속하고, C군과 D양 등 나머지 9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제공한 E씨(37) 등 29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안재운 수성경찰서 지능팀장은 “앞으로 10대 청소년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돌이키지 못할 과오를 범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이스피싱 근절 및 예방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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