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실명 초래하는 당뇨망막병증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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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4 07:54  |  수정 2017-10-24 07:54  |  발행일 2017-10-24 제20면
당뇨망막병증, 초기 별다른 증상 없어 정기검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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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환자의 실명을 위협하는 당뇨망막병증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고혈당에 의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생기는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황반변성, 녹내장과 달리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의 실명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눈 속 혈관이 약해져 녹슬고 터져 망가지는 증상
진행됐더라도 황반부에 장애 없다면 시력 유지
엄격한 혈당조절·적절한 운동 등으로 병증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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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 사공민 안과 교수

당뇨병을 앓은 지 30년 이상이 되면 90% 이상에서 발생하고 15년 전후인 경우 70~8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혈당 조절이 안되는 경우 더 잘 발생한다. 초기에는 망막병증이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안과 검사가 특히 중요하다.

당뇨병은 미세혈관계에 병변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으로 눈을 포함한 전신 조직에 광범위한 장애를 일으킨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신경병증, 당뇨신증과 함께 3대 미세혈관합병증 중 하나다.

미세혈관 변화는 혈관주위세포 소실, 혈관내피세포 손상, 기저막 비후로부터 시작해 미세혈관류 형성, 모세혈관 폐쇄, 혈관 확장성 변화가 나타난다. 이로 인한 조직의 저산소증은 다양한 염증을 증가시켜 혈관 누출을 유발하거나 신생혈관을 초래해 출혈을 유발한다. 쉽게 말하면 당뇨망막병증은 수도관에 해당하는 눈 속 혈관이 녹슬고 터져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 당뇨망막병증과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분류된다.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의 작은 혈관들이 약해져서 혈청이 잘 새거나 혈관이 막혀 영양 공급이 중단되는 상태를 말한다. 서서히 발생되고, 시력감퇴도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비교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증식 당뇨망막병증은 혈액순환이 나쁜 곳에서 신생 혈관이 생기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신생 혈관으로부터 발생되는 출혈에 의해 5년 이내에 실명하게 되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의 후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의 경우에는 비문증이나 시야흐림 외엔 심각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혈관 투과성의 증가로 황반부 망막이 붓게 되는 황반부종이 합병된 경우에는 초기 단계라고 하더라도 심각한 중심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반대로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됐더라도 황반부에 장애가 없다면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시력은 당뇨망막병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삼을 수 없다. 따라서 당뇨병을 진단 받았다면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검진 및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의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치보다 당뇨병의 유병 기간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면 당뇨망막병증 발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초기 철저한 혈당조절이 중요하다.

혈청지질이상 역시 미세혈관 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어 혈청지질을 낮춤으로써 경성삼출물의 발생과 이에 따른 시력저하를 줄일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단계와 황반부종의 발생은 혈압 상승과도 관련이 있어 철저한 혈압 조절 역시 중요하다. 또 당뇨 환자에서 흡연은 혈관내 일산화탄소 증가, 혈소판응집 증가, 혈관 수축 등을 유발하는 만큼 금연은 필수적이다.

당뇨망막병증 모든 단계에서 중심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황반부종은 유리체강내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를 통해 혈관 누출을 줄이거나 유리체강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 혈관을 안정화시키고 염증 조절을 병행하면 부종을 조절하고 시력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재발이 줄어드는 안정기까지 반복적인 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심한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나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한 경우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광응고 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치료하면 실명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한편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 등이 합병되어 시력 저하가 심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길고 지루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적절한 운동, 혈당조절, 정기검진 모두 꾸준히 해야만 당뇨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이를 위해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첫 안과검진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 후 5년간은 망막병증 진행이 거의 없으므로 진단 후 5년 내에만 받으면 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정확한 발병시기와 유병기간을 알 수 없어 진단과 동시에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 이후 추적관찰 간격은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영남대병원 사공민 안과 교수는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위험도 높아지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철저한 혈당조절과 주기적인 망막 검진을 받아야 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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