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순간의 선택

  • 원도혁
  • |
  • 입력 2017-11-14   |  발행일 2017-11-14 제31면   |  수정 2017-11-14

400 대 125. 스포츠 경기의 스코어가 아니다. 대학교 79학번인 어느 검찰 고위직과 동갑인 월급쟁이 출신이 은퇴 후 매달 받을 연금 액수다. 1988년부터 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29년 한 월급쟁이가 현 급여수준에서 연금을 60세까지 넣고 62세부터 받을 액수는 130만원이 채 안된다. 반면 고검장을 지낸 그의 고교동기는 지금 당장 사표를 내도 퇴직한 그다음 달부터 4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다. 힘든 고시공부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고, 승승장구해 한때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었던 그다. 검찰 고위직 공무원과 일반 기업 평직원 간 연금 차이가 나는 건 공무원연금이 사기업보다 높고 임금수준과 근무기간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격차가 너무 크다. 수령액이 3배가 넘으니 노후 생활의 품격도 다를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은 오래전 모 전자회사의 가전제품 광고 문구였다. 세탁기·TV 등 전자제품도 제대로 된 메이커를 선택해야 고장없이 10년을 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잘못 선택하면 10년도 채 못쓰고 버리게 된다는 강조였다. 그런데 직업은 한번 선택으로 20년·30년은 물론이고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높은 급여에다 퇴직 후 연금까지 많이 받는 공무원직은 지금은 거의 고시에 비견될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30~40년 전에는 박봉에다 융통성조차 없다고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지인의 큰형은 부산에서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해 성공한 동기를 부러워하며 사표를 내려고 했다. 주변의 만류로 간신히 교사직을 이어간 그분은 교장으로 퇴직, 월 3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으면서 귀촌해 풍족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버스를 탈 것인지 지하철을 탈 것인지, 자장면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치아 임플란트 시술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그 결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신중한 결정을 한다 해도 결과는 나의 노력이나 바람처럼 최상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대상황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순간의 선택으로 삶이 달라진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원도혁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