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합창합시다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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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08:09  |  수정 2017-11-16 08:09  |  발행일 2017-11-16 제22면
[문화산책] 합창합시다 Ⅲ
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말의 온도’ ‘사랑의 온도’는 책과 드라마 제목으로 참 매력적인 것 같다. 합창에도 온도가 있을까?

몇 년 전이었던가, TV 예능 프로그램 중 개성과 연령, 직업 등이 서로 다른 멤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와 함께 결성되어 합창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하모니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것이 있었다. 물론 그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몇 명의 연예인이 주연이지만, 조연이라 할 수 있는 30여명의 출연진이 아름다운 하모니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서로 노력하고 격려하며 감싸주기까지 하는, 진지한 진행은 재미를 넘어 빛나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 다큐 이상의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합창은 연습에서부터 연주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양보와 도움, 그리고 희생이 그 어떤 장르보다 많이 요구된다. 연습을 하면서 생긴 지휘자와 단원 사이, 단원과 단원 사이의 믿음과 열정이 하모니로, 합창으로, 음악으로 어우러질 때 듣는 이와 부르는 이가 진정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은 합창단원뿐 아니라 관객과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연주다. 모두가 하나여야 한다. 한마음이어야 한다. 한뜻이어야 한다.

며칠 전 대구시립합창단의 기획공연에서 앙코르 연주가 있던 때였다. 객석 가운데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합창단의 노래에 맞추어 정확한 템포의 박수 소리가 나더니 관객들끼리 서로 멋쩍은 듯, 그러나 행복한 듯 웃음 가득 머금으며 즐기는 장면을 보았다. 연주홀은 순간 축제의 장이 되었다. 미리 연출된 것도, 준비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관객들은 그들이 받은 감동을 합창단과 함께 누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래도록 그 여운이 연주자는 물론 관객들 각자의 마음에도 향기롭게 남겨졌으리라 생각된다. 합창으로 하나가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하나 된 열정 - Passion. Connected.’ 이것은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이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올림픽, 모든 세대가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슬로건을 이렇게 바꿔 봐도 좋을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음악, 모든 세대가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음악’, 그것이 합창이라고. ‘합창의 온도’는 뜨거운 열정 속에 하나 된 마음이라 생각된다. 진실한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합창합시다”.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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