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수원 화성 행궁과 성곽 트레킹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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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  발행일 2017-11-17 제37면   |  수정 2017-11-17
서장대 오르니 정조의 효심 서린 城 안팎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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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름다운 성곽인 화서문과 서북 공심돈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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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북수문(화홍문)과 가장 아름다운 건축인 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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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 봉수당에서 열리고 있는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재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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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가장 높은 팔달산 정상 장수기와 서장대 및 서노대.

‘지난날이 부르고 다가올 날이 답하다.’ 수원화성문화제 중 행궁 광장 메인무대의 개막연 화락(和樂)의 제목이다. 조선조 정조의 애민정신을 되새기고 축제의 주인이 시민임을 확인하는 무대다. 화성은 정조의 백성 사랑과 강력한 왕도정치, 그리고 부모인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효심, 새로운 문물 도입으로 탄생한 실학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축성한 꽃같이 아름다운 성이다. 성내 화성 행궁을 들른다.

행궁은 왕이 전쟁으로 피신할 때, 선대의 왕릉에 참배 갈 때, 지방 나들이 갈 때 임시 거처로 지은 별도의 궁궐이다. 화성 행궁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 13차례 참배하면서 12번 거처했다. 정조의 행차가 빈번해짐에 따라 행궁의 규모도 점점 커져 화성 성곽이 완성될 즈음에는 건물 33개동에 576칸의 큰 궁궐이 되었다. 왕이 잠깐 쉬어가는 다른 행궁과는 달리 화성 행궁은 다양한 행사를 치렀다. 과거시험도 실시하고, 가난한 백성에게 먹을 것도 나눠주고,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회갑잔치)도 이곳에서 했다. 화성 행궁은 무엇보다 정조가 그려온 새로운 시대의 개혁, 즉 상업, 농업, 군사도시의 꿈을 펼쳐보고자 했든 역사의 향기 자욱한 행궁이다.

父 사도세자 무덤 참배 때 거처한 행궁
화성 성곽 완성 즈음엔 576칸 큰 궁궐
母 혜경궁 홍씨 진찬연 열렸던 봉수당
일제 때도 훼손 안된 고풍 낙남헌 눈길

행궁 나와 산마루 城의 총본부 서장대
화서문 등 과학적인 방어형 축성 감탄
속 빈 내부 3층 구조의 공심돈은 공격용
정문인 장안문의 반달형 옹성도 눈길

화성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로 간다. 신풍루는 그전 진남루였다. 그러다가 혜경궁 홍씨 진찬연을 두고 신풍루로 바꿔 불렀다. ‘신풍’은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 풍패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풍은 황제의 고향’이란 뜻이다. 하여 신풍은 정조의 ‘새로운 왕업을 시작하는 고향’을 의미한다. 비장청 서리청 남군영을 보고 좌익문을 통해 봉수당으로 간다. 이때 봉수당에서는 1795년 시행했던 ‘혜경궁 홍씨 진찬연’이 재현되고 있다. 장남헌이라고 불렀던 행궁의 정전인 이곳에서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이 열리고 봉수당으로 고쳐 불렀다.

봉수당이란 이름도 정조가 직접 지은 것으로 ‘만년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이다. 행사장에는 관람객이 가득하다. 궁중악이 연주되는 속에 자리 배열하는 초엄, 혜경궁 홍씨가 입장하는 중엄, 정조가 입장해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재배하고 휘건(揮巾)을 바치는 삼엄, 이어 혜경궁 홍씨에게 음식을 올리는 진찬례,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는 천세 삼창과 궁중악의 연주로 막을 내린다. 많은 관중으로 분위기가 시끌벅적하다. 축제 분위기다.

장락당 유여택을 관람하고 일제 강점기에도 훼손되지 않은 낙남헌을 본다. 처음 지을 때의 고풍스러운 멋과 건축미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요한 건물이다. 이곳은 정조가 진찬연 후 노인을 모시고 베푼 양로연과 군사의 회식을 열었던 곳이고, 별시를 열어 급제자들에게 홍패 백패를 내리던 장소이기도 하다. 다음은 정조의 어진(초상화)이 모셔져 있는 화령전을 본다. 보통 어진은 창덕궁 선원전에 모시지만, 정조가 수원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이곳에 어진을 모시게 되었다. 행궁에는 나무가 없다. 왕을 암살하고자 하는 자객의 잠입을 막고자 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당리당략에 어긋나면 왕에게도 칼을 겨누는 당파싸움의 역사 흔적이다.

행궁을 나와 화성의 가장 높은 팔달산 산마루 서장대로 오른다. 팔달산은 지금의 수원이 사방팔방으로 통한다는 뜻으로, 교통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다. 땀이 날 즈음 서장대에 도착한다. 성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성 밖 수원시가지도 훤히 보인다. 서장대는 성 안팎을 살피면서 군을 지휘할 수 있어 화성의 총본부로 사용되었다. 이층에 있는 ‘화성장대(華城將臺)’ 편액은 정조의 친필이다. 누각 뒤에 있는 서노대도 관람한다. 화성은 방어에 수월한 산성과 정치·경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평지와 시가지를 아우르는 평지성의 역할을 함께 가지고 있어 평산성이라 부른다.

서이치로 내려간다. 성벽 바깥에 ㄷ자 모양으로 불룩하게 만들어 성을 공격하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을 치(雉)라 한다. 화성에는 치성이 10군데나 된다. 치(雉)는 꿩이란 한자어다. 꿩이 제 몸을 숨기고 엿보기를 잘하므로 치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서포루도 관람한다. 포루는 치성 위에 대를 만들고 그 위에 누각을 지었다. 내부는 볼 수 없도록 하여 포가 어느 방향에서 발사되는지 모르도록 했다. 서일치 서북각루를 지나 화성의 서문인 화서문에 도착한다. 동문인 창룡문과 같은 구조다.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옹성이 있다. 벽돌과 돌로 정교하게 쌓아 아름답고 튼튼하다. 보면 볼수록 방어에 적합한 과학적인 축성에 감탄한다. 조금 더 걸어 서북 공심돈에 간다. 공심돈은 수원화성에서만 볼 수 있다. 가운데가 비어 있는 초소라는 뜻이고, 제일 위에 멀리까지 적의 동태를 살피는 망루가 있다. 공심돈 내부는 3층으로 되어 층마다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총구와 포구가 있다. 적을 감시하며 공격할 수 있는 아주 뛰어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벽은 벽돌로 아름답게 만들어 우리나라 성곽의 우수성이 의식에 가득 찬다. 그렇게 성벽 따라 걷는다. 북포루 북서포루 북서적대를 지나 장안문에 도착한다.

장안문은 그 시설이나 규모에서 화성의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 수원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장안문은 화성의 북문이고, 한양에서 왕이 내려올 때 출입하는 정문이다. 세계사에서 번창했던 당나라 수도 장안의 이름을 본떠 ‘장안처럼 융성한 도시가 되라’는 염원으로 정조가 지었다. 성문은 옹성으로 방어막이쳐 있다. 옹성은 반달 모양이기도 하고, 항아리를 절반으로 쪼갠 모양이기도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옹성에도 홍예문이 있고 총을 쏠 수 있는 총안,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에게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흘려 보내 공격을 차단하는 장치인 현안, 적이 성문에 불을 지르면 물이 쏟아져 불을 끌 수 있게 만든 오성지가 있다. 물론 주문인 장안문의 방어시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더욱 견고하고 우람하다. 거의 같은 규모로 만든 팔달문과 장안문은 조선 후기 성문 건축의 대표이며 화려한 꽃이다.

누각에 앉아 잠시 호흡을 고른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역사의 유적과 유물 중 이렇게 장중하고 실증적인 감동으로 역사의식을 바로 강렬하게 세워주는 현장은 처음이다. 화성은 과학의 힘으로 지어졌고, 성리학을 정치 최고 이념으로 삼고 도덕적인 명분론과 끊임없는 당파싸움으로 피폐해지는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실학의 새로운 흐름에 기대를 건 중농학파, 중상학파, 실사구시파 등의 개혁정신을 반영한 축성이다. 그전까지는 실제 생활에 반영이 되지 않는 공허한 성리학 이론으로 나라를 다스려 왔다. 이제는 현실에 나타나는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과 객관인 학문을 연구하고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통치가 있어야 한다는 시대의 변화가 있었다. 조선 후기 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고 당파 싸움의 폐해를 없애고, 왕권강화로 개혁을 하고자 했던 정조대왕. 그러나 애석하게도 49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개혁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밤마다 꿈을 꾸는 수원화성. 하늘을 삼킬 것 같은 큰 날개를 퍼덕이며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푸른 새, 수원화성. 유적현장은 꿈과 미래를 만들어 주는 역사의 용광로다.

글=김찬일<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대구힐링트레킹 사무국장>

☞ 여행정보

▶트레킹코스: 수원화성 행궁 - 서장대 - 서이치 - 화서문 - 서북 공심돈 - 장안문 종합관광안내소 - 북포루 - 북서적대 - 장안문

▶내비게이션 주소: 수원시 장안구 팔달로 238

▶주위 볼거리: 광교 호수공원, 노을빛 전망대, 수원박물관, 융·건릉, 용주사


▶문의: 장안문 종합관광안내소 (031)207-6117, 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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