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시민정신’ 발휘 10년…여행으로‘향후 10년’을 다짐하다

  • 김호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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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2   |  발행일 2017-11-22 제14면   |  수정 2017-11-23
■ 시민기자 10주년 日 탐방기
교토 청수사서 백제흔적 발견
대구시 우호도시 고베도 방문
오사카에선 만추의 단풍 만끽
20171122
영남일보 시민기자단이 지난 16일 일본 고베 메리켓공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7년 9월7일. 영남일보 시민기자 양성교육이 처음 실시됐다. ‘영남일보 시민기자 김호순’. 난생 처음 가져본 명함에 새겨진 직함이다. 그리고 한 달 후, 선명하게 고딕체로 찍힌 내 이름이 동네뉴스 지면에 실렸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평범한 주부에서 시민기자로 거듭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렀다. 지난 15일 대구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민기자 창립 10주년을 맞아 지나간 10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10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시민기자 가운데 14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첫 해외탐방길에 올랐다. ‘일본 속 한국 문화를 찾아’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탐방은 40~60대 시민기자 모두가 까닭 모를 설렘으로 떠나기 한참 전부터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1시간여 만에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한 시민기자단은 ‘한국의 경주’와 비견되는 교토의 청수사로 향했다. 798년 백제계 후손이 세운 유서깊은 사원으로, 아홉 번의 화재로 인해 소실과 재건을 반복해왔다. 거대한 목조건물임에도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끼워맞춰 만들었다는 점이 특이했는데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이곳에 모셔진 ‘십일면천수관음상’은 경주 석굴암의 십일면관음상과도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청수사는 소원을 들어주는 약수터로도 유명하다. 인연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줄지어 있는 약수터의 물줄기는 사랑·건강·학문 등 3가지로 나뉘어 있다. 욕심을 부려 3가지를 모두 선택하면 오히려 불운이 생긴다는 전설이 있어 소박하게 물 한 바가지로만 목을 축였다.

청수사로 향하는 이국적 분위기의 좁은 골목길은 떠밀려 다닐 정도의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젊은 남녀가 기모노에다 버선과 머리모양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활보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문득 예전에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났다.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대충 걸친 외국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족두리·사모관대·버선 등 전통의상 체험이 보다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떠올랐다.

이튿날은 고베를 방문했다. 고베시청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반가운 닥종이 인형을 발견했다. 대구시가 2010년 ‘대구·고베 우호협력도시’ 체결 기념으로 선물한 것이었다. 과거 백제와 일본이 우호관계를 유지했듯이 대구도 책임 의식이 있는 일본의 도시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에서 가까운 메리켓공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고베 지진의 흔적을 기억하는 메모리얼 파크가 조성돼 있다. 출국하는 날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터라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베시는 대지진의 참상 한편을 그대로 보존해 교육자료로 활용하며 매년 1월17일 추모회를 연다. 특이한 점은 고베 시민들이 지진 복구를 위해 진 빚을 지금까지도 꾸준히 갚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사카로 돌아와 백제가 일본에 전한 불교의 흔적을 찾아 사천왕사를 방문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552년 백제·신라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도 불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천왕사는 회랑 안에 탑과 금당을 앞뒤로 병립시킨 가람 배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한국 또는 중국에서 이어진 전통을 보존한 것이다.

사천왕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문화교류를 재현하는 지역축제가 유명하다. 왕인을 비롯해 가야·백제·고구려·신라·조선 등에서 온 사람들의 수행 행렬과 사절단을 맞이하는 일본의 모습을 표현한 가장행렬이다. 한·일 간 올바른 역사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철저한 고증을 거쳐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복식과 기물의 완성도가 꽤 높다고 한다.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오사카성은 1583년 건립 이후 두 번의 전쟁 등을 겪고 1983년 재건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해자와 성벽이 만추의 단풍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날은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로 유명한 나라의 동대사를 찾았다. 헤이안 시대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동대사 본당에는 15m 크기의 청동불상이 자리잡고 있다. 기존에 있던 3배 크기의 청동불상이 소실되자 축소해 재건한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부러워해 모방하기도 하고, 일본 고유의 문화로 재창조하기도 한 일본인들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핫플레이스로 이름난 도톤보리로 갔다. 과거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든 인공수로 주변으로 점포들이 들어서며 오사카 최고의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화려한 간판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일본문화 대탐방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시민기자 10년은 아쉬움과 보람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서홍명 시민기자 회장은 “10년간 쌓아온 보람을 시민기자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싶다.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지역 밀착형 신문을 표방하고 열심히 달려온 영남일보 속에는 시민기자의 정신도 선명하게 녹아 있다. 앞으로 더욱 내실있는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해탄을 건너 백제와 가야, 조선, 그리고 현재의 한국과 일본을 이어보면서 때로는 분명한, 때로는 흐릿한 경계를 느꼈다. 결국 문화는 합집합과 교집합처럼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세 자녀의 엄마이자 아내, 딸이자 며느리인 나 자신과도 다름없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 그리고 소통을 통해 시민기자들의 열정도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던 이번 탐방은 실로 행복했고 의미있는 선물이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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