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도부서 TK 사라진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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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9   |  발행일 2017-12-09 제1면   |  수정 2017-12-09
최고위 3인 중 2명 사퇴 예고 속 원내대표 후보들의 연합 제의도 거절
“관료 출신 많은 TK 의원의 보신주의”…지역민심 대변자 부재 우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에서 대구경북(TK) 인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가하는 이철우 최고위원(김천)이 조만간 경북도지사 경선출마 선언과 동시에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당연직 최고위원인 김광림 정책위의장(안동)도 오는 12일 새 원내대표단이 선출되면 사퇴하게 된다. 이 최고위원이 물러나면 당 전국위를 통해 새 최고위원이 선출되지만 다시 TK 인사에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고, TK 출신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이 홍준표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으나 참모 역할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대구 동구청장 출신인 이재만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당 지도부에 남을 전망이다.

문제는 12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원내대표 후보들이 TK 의원들을 상대로 러닝메이트 제의를 했으나 응하는 인사가 없다는 점이다. 10일 원내대표 입후보가 예상되는 김성태(서울 강서을·3선)·홍문종(의정부·4선)·한선교(용인병·4선)·유기준 의원(부산 서-동구·4선) 중 유 의원을 제외한 3인의 지역기반이 모두 수도권이어서 영남권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를 구하고 있다. 실제로 7일 ‘중립지대 단일후보’로 선출된 한 의원은 8일 단일화 경쟁자였던 이주영 의원(창원시 마산합포구·5선)에게 정책위의장 후보를 제의했고 이 의원은 곧장 수용했다. TK 의원 중에서도 재선의 박명재(포항 남-울릉)·김상훈 의원(대구 서구), 초선의 정종섭(대구 동갑)·추경호 의원(달성) 등이 일찌감치 정책위의장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도지사 출마를 위해, 김·정·추 의원은 스스로 “선수가 낮다”는 이유를 대며 제의를 물리쳤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TK 의원들이 ‘친홍’(親홍준표) 대(對) ‘비홍(非홍준표)’, ‘친박(親박근혜)’ 등 계파대결 양상을 보이는 경선에서 특정 계파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우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중도퇴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중앙당의 한 관계자는 “TK 의원 중에는 관료 출신들이 많다 보니 위험부담을 안고 당직에 도전하기보다는 자기 지역구 챙기기에만 신경 쓰는 보신주의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 지역 인사가 줄어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TK 민심을 전달할 통로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최고위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공천자를 최종 의결하는 등 주요 당무에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다. 또한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을 입안하고, 문재인정부 정책에 대한 검토와 대안을 제시한다. 또 각종 법률안과 예산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정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TK 정치권에선 초선이든 재선이든 선수(選數)에 구애받지 말고 특정 의원을 ‘TK 대표주자’로 밀어 당 지도부에 입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대 국회 때는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만제 의원이 초선임에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직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언론인 출신으로 초선”이라면서 “PK(부산경남)의 유력 후보였던 이주영 의원의 출마길이 막혔기 때문에 (TK 의원들은) 달라진 판도에서 승산 있는 원내대표 후보와 손을 잡고 경선 승리해 TK 민심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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