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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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9   |  발행일 2017-12-09 제17면   |  수정 2017-12-09
영화, 사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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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환상의 빛’ 촬영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모습. <바다출판사 제공>


8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 자서전
‘환상의 빛’‘원더풀 라이프’…
영화제작 과정의 추억·경험 농축
제작비·흥행수입에 관해서도 공유


“내가 말하는 영화 언어는 분명 영화를 모국어로 하는 네이티브 창작자의 언어와는 달리 텔레비전 방언이 밴 ‘변칙적인’ 언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책의 ‘후기 같은 서문’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히로카즈 감독은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있다. 그의 신작 ‘세 번째 살인’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가 이번에 낸 책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책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을 되돌아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해서 쓴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도 이 책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년 넘게 영화를 만들면서 느꼈던 다양한 추억, 경험, 영화에 대한 생각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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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448쪽/ 1만8천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987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티브이맨 유니언에 입사해 연출을 시작했다. 2014년 독립해 새로운 제작자 집단을 만들기 전까지 이곳에서 27년 동안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활동했다. 그가 서문에서 말한 ‘텔레비전 방언이 밴 변칙적인 언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영화감독보다는 다큐멘터리 연출자의 DNA가 더 강한 것이다.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이 본다면 유독 반가울 책이다. 극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제작의 시작이었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담아내려고 했던 이야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등이 모두 담겼다. 그는 기획, 각본, 로케이션 헌팅, 캐스팅, 오디션 등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려준다. 연출과 조작의 차이, 재현이 아닌 생성되는 것을 찍고 싶었던 그의 고민과 반성도 이야기한다. 첫 작품인 ‘환상의 빛’을 이야기할 때는 영화 초짜로 자신이 그린 그림의 콘티에 얽매였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책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에서 주로 다뤄온 소재인 어린이, 가족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아이를 어른과 다르게 보지 않았다. 어른은 아이를 이렇게 대해야 한다든가, 아이와 관련된 법률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제작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있는 일상,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려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도 한 인간으로서 어른 배우와 똑같이 찍는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몇 장면은 대사 없이 그들이 품고 있는 어떤 날것의 감정을 관객이 의식하도록 찍어야 하니,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제작비, 흥행 수입, 배급 수입과 같은 영화 제작에 있어 실질적인 이야기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찍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의 마지막 장 ‘앞으로 영화를 찍을 사람들에게’에서는 스스로 ‘다소 말하기 껄끄러운’이라고 표현하는 영화 제작에 있어 필요한 금전적인 문제를 언급한다.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영화를 계속 찍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비관적으로만 이야기하지는 않고, 자신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보여준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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