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개인비리 덮으려 국정원까지 동원…우병우 마침내 구속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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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6 07:23  |  수정 2017-12-16 07:23  |  발행일 2017-12-16 제4면
추명호 前국정원 국익정보국장
“禹, 이석수 감찰관 사찰 지시”
법원 “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
자신의 개인비리 덮으려 국정원까지 동원…우병우 마침내 구속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대기장소인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섯 차례에 걸쳐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구속 위기를 두 차례나 벗어났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5일 전격 구속되면서 법원이 이번에 다른 판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 전 수석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사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권 부장판사가 여러 혐의 중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찰 부분만을 이례적으로 콕 집어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개인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 전 특별감찰관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구속 영장에 등장했던 내용이다.

당시 법원은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영장을 내어주지 않았고, 우 전 수석은 특별감찰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하는 데 국정원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또 이를 증명하는 국정원의 사찰 문건을 확보하고,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까지 얻어냈다. 우 전 수석이 사실관계를 부인할 수 없도록 퇴로를 차단한 셈이다.

우 전 수석은 14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사실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과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정수석 고유 업무인 공직기강 점검 차원이었다는 반박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여러 대상자 중 적어도 이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 지시는 공적 목적이 아닌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서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심(私心)을 가지고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법원은 이 전 특별감찰관 조사가 정당했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는 우 전 수석을 불구속 상태로 두면 다른 관련자들과 말맞추기를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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