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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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2 10:06  |  수정 2018-01-02 10:06  |  발행일 2018-01-02 제30면
정말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이어지는 길 조용히 걷는 기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떠도 주위는 감은 눈 속처럼 어두웠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잠버릇과 함께 낡아가는 익숙한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 덮으며, 죽은 뒤에 관 속에서 혼자 눈을 뜨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땅 속에 묻혔는데 거짓말처럼 문득 정신이 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불 속에서 손가락과 발가락들을 차례로 움직여 보았습니다. 밤이 오면 잠을 자고, 시간이 지나면 눈을 뜨는 일상이 놀라웠습니다. 매일 밤 누워서 내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챙겨 보는 것은 내일이 다시 저에게 주어질 거라는 믿음입니다. 어째서 저는 단 한 번도 그걸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오늘이 지나갈 때마다 다음에 올 아침을 믿는지…. 앞으로 제가 다녀오게 될 누군가의 죽음과 저의 죽음을 다녀갈 사람들을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새벽, 6시 20분에 맞춰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저는 어두운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정리한 시편들을 봉투에 넣어 보내고, 며칠 뒤에 가까운 분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뒤늦게 찾아간 그곳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 했던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죽음이 삶을 이어주는 시간이었고, 삶이 죽음을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울고, 웃고, 먹고, 마시는 탁자 위에 수저 한 벌처럼 나란히 놓인 저의 죽음을 마주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뜻밖의 수상 소식을 함께 기뻐해 줄, 오랜 시간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었던 친구들과 늘 곁에서 사랑과 격려를 건네는 가족들께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몇 몇 도시를 떠돌며 살았습니다. 새로운 도시에서 지낼 때마다 저는 언제나 제가 정말 살아보고 싶은 어떤 한 도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그 도시로 이어지는 길을 조용히 걷고 있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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