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 심사평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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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2 10:09  |  수정 2018-01-02 11:36  |  발행일 2018-01-02 제29면
치밀한 취재를 통한 안정된 문장과 구성 돋보여
20180102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12편이었는데 작품 간의 수준 편차가 컸다. 우선은 단편 소설의 기본적인 형식과 특성을 모르는 채 이야기를 쏟아낸 경우가 있었다. 단일한 줄거리와 꼭 필요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은 형식의 문제만이 아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로 드러나고 성찰 없는 문장으로 전개된다.

변화무쌍한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만큼 작품의 소재는 다양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실시간 인터넷 방송 등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부터 고령화 사회의 노인 문제와 첨예한 여성 문제 등이 소설의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를 참신한 주제 의식으로 진전시키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말남이’는 노인 문제와 여성 문제를 결합시켜 ‘개명’으로 자기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안정적인 문장과 진지한 주제 의식이 장점이지만 단편보다는 인간과 삶의 다면성을 그려내는 장편 형식에 더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라테’는 소설 작법을 훈련한 흔적이 보여 기대를 자아냈으나 마무리까지 명확한 주제가 드러나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야드’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는 본심위원 간에 이견이 없었다. ‘야드’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안정된 문장과 구성이 본심에 오른 작품 중 단연 돋보였으며, 체험 또는 치밀한 취재를 통한 핍진한 묘사는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조직 속의 인간 존재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는 비정함, 전장 같은 야드-야적장의 긴장감과 무감각이 호들갑을 떨지 않는 표현으로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야드’의 장점은 타인의 목소리와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세상을 반영하는 거칠고 비정한 소설들과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울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느끼는 슬픔과 연민이다. 빼어난 글솜씨만큼이나 중요하고 때로 그것을 뛰어넘는 공감의 힘이 좋은 작품과 작가를 만든다.

날로 척박해지는 문학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소설의 운명을 생각한다. 어쩌면 당선자에게 축하만큼이나 위로와 더 큰 격려를 해줘야 마땅하리라. 당선자의 건필과 앞길에 문운이 함께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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