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치매와 수면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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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9 08:02  |  수정 2018-01-09 08:02  |  발행일 2018-01-09 제21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치매와 수면의 상관관계
김재광 선임연구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인의 평균수면 시간은 최하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의료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수면시간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도 나빠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상적인 수면은 지친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정상적인 뇌기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이 정신건강과 뇌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치매환자에게 수면장애가 매우 흔하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치매가 수면장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치매는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성 치매,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다양하게 분류된다. 이 중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체 치매환자의 5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아주 작은 단백질이 뇌세포 사이에 침착되어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신경망을 붕괴시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수면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2009년 미국 워싱턴대 홀츠만 박사팀에 따르면 치매 모델 실험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면을 저해하자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저하됨을 확인하였다. 반대로 수면량을 늘리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201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스피라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6시간 이하의 짧은 수면시간과 나쁜 수면 질은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스웨덴 웁살라대 베네딕트 박사팀은 남성 1천574명을 대상으로 4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수면장애를 겪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1.5배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결과만으로 수면장애와 치매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분한 수면과 양질의 숙면이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2013년 마드리드대학병원과 미국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팀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9시간 이상인 그룹이 평균 6~8시간인 그룹에 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저하 속도가 2배가량 빠르게 나타났다. 적정 수면시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하루 평균 6~8시간의 수면이 치매 예방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수면제의 주요 성분인 벤조디아제핀을 장기간 복용한 사람은 치매 발병률이 50%가량 높게 나타났다. 치매 없는 노후를 위해서는 약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서 건강한 수면을 유도하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광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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