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공부와 일을 즐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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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07:55  |  수정 2018-01-15 07:55  |  발행일 2018-01-15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공부와 일을 즐기려면

고3 때 수능 수학에서 원점수로 52점을 받아 아무 데도 합격하지 못해 다시 공부한 학생이 2018학년도 수능 시험에서는 96점을 받았다. 공부한 방법을 물어보니 두 가지 면에서 고교 시절과 달랐다.

“고3 때 시중에 나온 문제집과 모의고사 문제는 거의 다 풀었습니다. 그런데도 절반밖에 맞히지 못했습니다. 내가 직접 풀기보다는 남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시험 시간에는 잘 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했고, 그러다 보니 머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수학을 미워하지 말고, 즐기도록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쉬운 책을 골라 5번 이상을 풀어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같은 책을 10번 이상 풀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기본 개념이 확실하게 내것으로 소화되었습니다. ‘수학 시험을 망치면 내 인생도 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공부한 것을 스스로 테스트하며 즐기는 시간이다. 나는 정말 수학과 친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을 잘 쳐야 한다’ 대신에 ‘나는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다’고 말하며 시험에 임하곤 했습니다. 시험을 못 쳤을 때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 다음엔 더 잘 할 거야’라며 내 자신을 격려했습니다.”

수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 같은 이치가 적용될 수 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1년을 준비하여 19세 때 뉴욕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진행되었다. 그런데 연주 도중 갑자기 ‘이건 너무 지루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까에 신경쓰다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에 몰입할 수 없었다. 살아있는 생동감도 물론 느끼지 못했다. 결국은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요요마는 그 순간 ‘해야 한다(should)’를 ‘하고 싶다(want to)로 바꾸었다. ‘완벽해야 한다’를 ‘완벽하고 싶다’로 바꾸니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강제와 의무를 뜻하는 대화가 줄어들면 훨씬 행복해질 수 있고, 학업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아빠는 너희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엄마가 동창들 모임에도 안 나가고 집에서 너희들 뒷바라지만 하는 이유는 오로지 너희들을 명문대에 합격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희들도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놀지 말고 공부하고, 자지 말고 공부해라.” 이런 말은 부모와 자녀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무술년 새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한 해가 되게 하자. 공부에 긍정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어려운 문제도 두렵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게 된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하고 싶다’는 자발적 결단에 의해 일하고 공부하며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생활을 해보자.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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