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꿈 못 꾼 대학병원 치료…새삶 얻었다”

  • 서정혁
  • |
  • 입력 2018-01-18 07:33  |  수정 2018-01-18 07:33  |  발행일 2018-01-18 제8면
■ 경북대병원 노숙인 무료치료
대구노숙인지원센터 요청 성사

경북대병원이 노숙인 암 환자에게 잇따라 새 생명을 선물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노숙인 질환자 대부분은 중증에도 진료 시기를 놓쳐 숨지거나 합병증으로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불화 끝에 집을 나와 동대구역 인근에서 노숙을 한 A씨(53). 그는 2015년 심각한 빈혈 증세를 느꼈다. 일시적 증세로만 여겼던 그는 지난해 오른쪽 윗배에 극심한 통증이 왔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짐작은 했지만 노숙인 처지여서 별다른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A씨를 지켜봐온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거리상담가들은 그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급격한 체중 감소 때문이다. 상담가들이 설득한 끝에 A씨는 지난해 말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우려한 대로 진단 결과는 간암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절박한 그때, 도움의 손을 내민 주인공은 경북대병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27일 경북대병원에 입원했다. 공공의료팀 도움으로 현재 고주파열치료술이라는 간암 치료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노숙인 B씨(52)는 더 딱한 처지였다. 2013년 사업 실패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로 노숙생활을 택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체중이 20㎏ 이상 줄어드는 등 몸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줘야 하기에 2016년 공장에 취직도 했지만 업체 사정으로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해부턴 극심한 복통과 함께 배변 때마다 피가 묻어나왔다.

B씨는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진료 의뢰를 요청했다. 검사 결과 대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다행히 경북대병원의 도움으로 지난 1월12일 대장암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B씨는 “몸이 아파도 대학병원은 꿈도 못 꿨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 같은 노숙인을 받아줄 대학병원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수술로 새 삶을 얻은 만큼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취업에도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은 “의료취약계층인 노숙인의 경우 그동안 중증질환자 발생 때 치료비용과 진료 가능한 3차병원이 적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며 “경북대병원 진료 지원은 공공의료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정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