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놀며, 이웃과 함께 봉사하며…사람이 먼저인 인성교육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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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07:46  |  수정 2018-01-22 07:47  |  발행일 2018-01-22 제15면
■ 대구시교육청 인성교육 실천 사례 연구대회 교원 6편·기관 5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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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관남초등 학생들이 학부모, 지역주민들과 함께 행복 벽화 그리기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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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천초등 학생들이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요즘 앞서가는 학교들은 ‘인성 교육’에 집중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교육과정 개정과 미래사회 인재양성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다른 사람과 잘 공감하고 바르게 소통하며, 배려할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주관한 ‘2017 인성교육 실천 사례 연구대회’(이하 인성교육대회)에서 교원 부문 6편, 기관 부문 5편 등 무려 11편이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들 학교 인성교육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매일 40분 ‘자율 놀이 시간’ 주는 학교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 인성교육 대회에서 교원 부문 1등급 1명(동성초등 강민정 교사), 2등급 4명(세천초등 강동현·이지연 교사, 서재초등 김태은 교사, 천내초등 정윤호 교사), 3등급 1명(진천초등 박현주 교사)이 선정됐다. 기관 부문에선 최우수 2개교(동원초등, 시지중), 우수 2개교(관남초등, 왕선초등), 장려 1개교(다사초등)가 선정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성과는 대구 학교들이 수업 등 교육활동 전반에서 인성교육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동원초등은 학생들의 인성역량을 학생 스스로 기르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 방침을 갖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과 학생 자율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 중이다. 학생 자율 교육과정에 따라 매일 40분 동안 자율놀이 시간을 편성해 학생들이 자율 동아리, 맞춤형 스포츠클럽 등 학생 주도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


매일 40분간 자율놀이시간 편성한 동원초등
아이들 스트레스 풀어주고 수업 집중력 키워
‘덕·분·애 행복한 인성교육’ 실천 관남초등
학생·부모·주민 힘 모아 안전펜스 벽화 그려
동성초등, 신천살리기캠페인·학폭UCC 제작
세천초등은 매주 1시간 창의적체험활동 수업



이 학교 한 학생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40분이나 되니까 학교 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 시간에 플로어 볼을 배우는데, 연습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수업에 집중도 더 잘된다”고 말했다.

◆학교 담장 벽화…지역주민과 함께 그리며 교감

관남초등은 ‘덕·분·애(德·分·愛) 행복한 인성교육’으로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시행 초기, 인성교육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학생과 자녀의 인성 함양을 위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에 먼저 접근해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했다.

이에 학교는 ‘인성 3P’(Plan-Project-Program)를 기반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많은 학생·학부모의 인성 관련 문제와 궁금증을 해결해 사실상 인성교육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모든 교사가 매달 ‘설계-공유-점검-반영’의 과정을 거치는 협의회를 실시해 중점 인성교육 및 협력학습 실천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수업 결과를 피드백하는 과정을 체계화했다.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인성교육 역시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24일 지역 내 복지관·복지센터 등 기관과 자원 봉사자, 학생들이 힘을 합쳐 학교 담장 벽화 그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학생들이 부모, 지역주민과 함께 안전 펜스의 디자인 구상부터 채색까지 협력활동으로 진행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관남초등 김한식 교장은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연결할 수 있는 인성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면서 “행복한 인성교육을 통해 따뜻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로 배려하며 노는 법’ 통해 참된 인성교육도

동성초등 강민정 교사는 실천 중심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강 교사는 ‘홍익인간(나를 넓히는 홍, 건강을 더하는 익, 사랑을 나누는 인, 소통하는 간) 프로젝트’를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 중이다. 교실에서 지켜야 할 주요 덕목을 교사 임의대로 결정하지 않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선정한 후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종 16개 덕목을 정했다. 학생들은 각자 부여받은 덕목과 관련, 직접 목표를 정하고 실천했다. 인성교육은 교실 밖에서도 이뤄졌다. 학생들은 신천 살리기 캠페인, 학교폭력 UCC제작, 경로당 위문 공연 등을 하며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키웠다.

세천초등 강동현 교사는 학생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케이스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잘 노는 것이다. 친구들과 잘 놀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서로 배려하며 즐겁게 노는 것”이라면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참된 인성교육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강 교사가 진행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매주 1시간, 창의적체험활동 놀이수업이 대표적이다. 이 수업 때 규칙을 배우고 새로운 놀이를 익히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더 깊이 놀이의 세계에 빠지곤 한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놀이가 아니다. 그는 놀이를 시작하기 전 ‘놀이의 고수’ 6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인 무기력, 2단계 승부욕, 3단계 규칙, 4단계 즐기기, 5단계 배려, 6단계 창조 등이다. 이렇게 하자. 처음에는 놀이에서 이기려고 싸우던 학생들이 놀이의 고수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니까 운동장 3바퀴를 뛰고, 너는 2바퀴만 뛰는 게 어때?”라는 식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속속 발견됐다.

박영애 시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은 “이번에 입상한 우수 사례들을 학교 인성교육 활성화에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학교는 물론 가정·사회가 동참하는 인성교육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학생들의 바른 인성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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