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기차 철길의 변신-전망대 아양view

  • 이현덕
  • |
  • 입력 2018-02-02   |  발행일 2018-02-02 제38면   |  수정 2018-02-02
금호강 가로지르다 멈춰선 객차 한 량처럼…
20180202
아양철교와 그 위에 자리한 전망대 아양view.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180202
옛 철교 구조와 레일 침목을 보여주는 산책로. 이현덕기자
20180202
강 위의 아양view 공간에서는 금호강과 팔공산 경관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투명유리 커튼웰은 사선 구조다.

수성못 주변에는 활주로를 벗어난 비행기가 하늘비행을 멈추고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서 있다. 바다를 떠난 범선이 팔공산 기슭 위 카페로, 정동진 해맞이 언덕 위 호텔로 변신해 버티고 서 있다. 강물이 흐르는 철교 위에 짓는 집도 건축물일까? 교량의 연장인가? 비행기는 날개의 양력으로써 하늘을 날아다녀야 하고, 범선은 부력 풍력으로 바다를 떠다니는 이동 수단이다. 철길 교량은 기차가 달리는 길이며 역이 아니면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동 동선이다. 건축적 상상은 본질을 벗어난 새로운 건축으로 변신하고 탄생하게 하는 것이다. 기능과 역할 그 경계선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건축물을 ‘땅 위에 지은 구조물 중에서 기둥과 벽, 지붕이 있는 건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구조적 안전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정주성(定住性)을 유지하는 것이 건축물이다.

◆다리의 변화

최근 경주왕경 복원사업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오래된 다리 월정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석재 다리 위의 기와집 회랑, 양편의 2층 누각이 복원 완성되었다. 전주 남천교 위에는 기와집 청연루가 있어 한옥도시 관문을 상징하고 있다. 수평적 연결기능의 다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직적 기능공간과 조형미를 더한 것이다. 근대 기능주의시대에는 빠르게 움직이고 편하게 건너기만 하는 다리의 1차 기능을 위한 구조만이 필요했다. 하지만 다리가 변하고 있다.

유럽에는 아름다운 건축미와 함께 내부공간과 역사적인 시간이 쌓인 다리가 많았다. 이탈리아 플로렌츠의 ‘폰테베키오 다리’(1345년)는 4층의 건물 속으로 지나 다니는 회랑이 있는 듯한 다리다. 런던 템스강 ‘타워 브릿지’(1894년)는 빅토리아 건축양식의 다리로 곧 영국의 상징물이다. 파리 센강의 가장 오래된 ‘퐁네프다리’(1607)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현대 세계적인 다리들은 세계 최장 최고기술로 세워지는 첨단기술공학의 기록경쟁 경연장이 되고 있다.

◆아양철교

동촌 아양교 서쪽 350m 지점에는 대구선 기차가 다니던 아양철교가 있다.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에 만들어진 기찻길이었다. 다리 위에 지어진 전망대 아양view가 생긴 지는 4년밖에 안됐지만 오래된 철교의 나이와 함께 기나긴 시간이 담기고 많은 역사가 쌓인 공간이다. 대구선 운행 중단 이후 낡은 다리 구조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민원이 생기고 철거 존폐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08년 대구선 철도 도심 구간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용도폐기로 철거 위기에 처한 아양철교를 5년의 공사 기간과 사업비 53억원을 들여 공공디자인으로 리모델링했다. 결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폐철교도 관광자원 공공시설이 될 수 있다는 발상과 참신한 설계 아이디어로 변신했다. 아양기찻길 전망대 아양view는 2013년 12월에 준공식을 가졌다.

◆전망대 아양view

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277m 폭 3m의 아양기찻길 철로는 보행로 및 자전거도로로 변신했다. 철교 중간 지점에 폭 6~8.5m 길이 57m의 투명유리 건물로 조성된 전망대 아양view는 디지털 다리박물관, 커피숍 등 휴게시설, 갤러리가 있다. 이들은 각각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리 위에 강 위에 떠있는 아양view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발 아래의 금호강과 멀리 팔공산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20180202

아양view 건축물은 금호강 철교 위에 마치 유선형 물고기가 반듯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전체는 투명유리로 만든 격자무늬 형태의 커튼웰(소음을 차단하는 커튼 역할을 하는 바깥벽)로 만들어져 있다. 멀리 강 언덕에서 바라보면 유리 비늘은 강물의 윤슬과 함께 반짝반짝 빛을 발하기도 한다. 내부 공간에서의 유리 커튼웰 구조는 경쾌한 사선 디자인으로 도시의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감을 자아낸다. 간간이 배치된 투명 유리바닥은 옛 철교 구조와 레일 침목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기찻길 흔적에서는 과거의 시간을 바라보게 되고 다리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오는 시간의 영속성을 느끼게 한다. 다리의 수평·수직적 경관조명과 전망대 건축공간에서 뿜어나오는 조명 빛으로 인해 밤의 경관은 더욱 낭만적이다.

‘왜 대구 신천변에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처럼 멋진 미술관을 못만드나?’ 건축가들이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강변 강둑 물 위의 건축은 행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동구청은 철거될 아양철교를 대구시로부터 이관받아 부산국토관리청의 하천점용 허가를 어렵게 받아냈다. 설계 타당성 검토, 아이디어 공모, 디자인 설계 등 선험적 과정을 거친다. 완성 후 이 작품은 세계적 디자인 콘테스트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상을 받았다. 폐철교를 공공디자인과 접목해 새로운 도심 속 시민 문화공간으로 복원한 아이디어의 독창성·완성도에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2008년 대구선 외곽 이설후 방치 ‘흉물’
2013년 산책로 갖춘 문화공간 리모델링
獨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상 영예까지

277m 철교 중간 투명유리 건물 전망대
강에 뜬 유선형 물고기 모양의 휴게공간
디지털 다리박물관·커피숍·갤러리 공존


◆지금은…

사람은 걷지 못하고 기차만 다녔던 기차 철길에 지금은 사람들이 이쪽과 저쪽을 오감으로써 생활권을 통합시키고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아양기찻길은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의 촬영지가 되며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아양철교와 연결해 지저·동촌·입석동을 가로지르던 철길 주변에도 7.4㎞ 길이의 선상공원(線上公園)이 생겼다. 낭만적인 간이역 동촌역도 리모델링해 ‘동촌역사 작은도서관’이 대구선 동촌공원과 함께 탄생했다. 과거 ‘기찻길 옆 동네에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말이 있었다. 기찻길 소음으로 잠을 못 든다는 것, 그것은 곧 생활환경이 열악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양기찻길 공원 주변을 따라서 새 아파트와 빌라·원룸들이 꽉 들어차 인구 밀집도가 높아졌고 당연히 이 지역의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