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세요(손에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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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07:55  |  수정 2018-03-19 07:55  |  발행일 2018-03-19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세요(손에 손잡고!)

얼마 전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자부심과 감동을 주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어제는 장애와 역경에 굴하지 않은 사람들의 감동 드라마였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동계올림픽 개막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1988년 서울에서 성화가 꺼진 후 3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 성화가 밝혀지고 개막을 알리는 행사는 하나하나가 모두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이나 소치올림픽 개막식의 10분의 1에 불과한 예산만으로 이색적이고 참신한 퍼포먼스를 기획해 전 세계 시청자의 대호평을 끌어낸 것입니다.

향기박사는 이번 개막식을 보면서 1988년 경험한 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을 떠올렸습니다. 한 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나오는 모습과 ‘코리아나’라는 스위스에서 활약하던 한인 그룹이 개막식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부른 ‘손에 손 잡고’란 노래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라는 가사는 지금 보면 서울올림픽이 냉전시대의 갈등으로 계속된 올림픽 보이콧을 깨고 그간 손상되었던 올림픽 정신을 회복한 첫 올림픽이란 의미에서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손을 잡는 행위가 세계 평화를 하루아침에 가져다주지는 않겠지만, 우리 뇌에는 즉각적으로 참 많은 신기한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손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공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상대방의 고통을 공유해 그 고통을 나누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가 있었는데요. 미국 콜로라도대 심리학과의 파벨 골드스타인 박사는 첫아이의 출산으로 분만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옆에서 어쩔 줄 몰라 계속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는데, 아내가 “말 좀 그만하고 그냥 손을 좀 잡아달라”고 부탁한 것에 다소 놀랐습니다. 자신의 백 가지 위로의 말보다 그저 말없이 꼭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아내가 산통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골드스타인 박사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쩌면 고통 받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 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증명하는 연구를 시작합니다. 골드스타인 박사의 연구진은 실험군을 모집해 여성에게 간단한 고통을 주면서 다른 사람들이 손을 잡아주게 하고 정말 손을 잡아주면 그 여성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연인이 손을 잡아 주면 두 사람의 심장 박동수가 비슷해지고 두 사람의 뇌파도 동조되면서 여성이 느끼는 고통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무나 손을 잡아준다고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즉 낯선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연인이라 하더라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는 경우에는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직접 손을 잡는 행위는 두 사람의 뇌파가 동조되고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이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힘든 직장 일을 마치고 돌아온 배우자의 손을 잡아주거나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는 일, 사회에 첫발을 디딘 사회 초년생 자녀의 손을 꼭 잡아주는 일, 과중한 학업에 힘든 자녀의 손을 한 번 잡아주는 일은 단순히 작은 심리적 위로만 주는 행위가 아니라 실제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느끼는 고통까지 덜어주는 적극적인 치유법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오늘은 인사만 하지 말고 꼭 손을 잡아주는 일을 해주기 바랍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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