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훌쩍 넘어 연극배우가 된 트럭운전사

  • 조경희 시민
  • |
  • 입력 2018-04-11   |  발행일 2018-04-11 제14면   |  수정 2019-01-14
극단 ‘동네사람들’ 우승우씨…시나리오도 써
“관객과 함께 노는 ‘문화의 장’ 만드는 게 꿈”
20180411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에서 이제는 트럭기사이자 연극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로 살고 있는 우승우씨가 어울아트센터 2층 연극 연습실서 단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살면서 가장 격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지금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3년 전이 지옥 같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으면서 누렸던 그때가 윤택한 삶이 아니라 함께 즐겁게 사는 지금이 행복하게 사는 거지요.”

대구에서 트럭기사로 일하면서 극단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우승우씨(47·북구 읍내동)는 몇 년 전만 해도 사업을 하며 소위 ‘잘나가는 축’에 속했다. 3년 전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망나니로 살았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는 우씨는 3년 전과는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다. 트럭 운전기사가 된 지 8개월째. 새벽 3시 출근, 오후 3시 퇴근이라는 생활패턴이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서 좋다고 했다.

우씨는 2년 전 우연히 극단 ‘동네사람들’(단장 최수환)의 단원 모집 현수막을 보고 연극에 입문하게 됐다. ‘동네사람들’은 2016년 여름 첫 워크숍을 갖고 2017년 6월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관장 변상룡) 소극장에서 주민을 위한 뮤지컬 ‘빨래’를 무대에 올린 동네 신생 극단이다. 우씨는 고교 때 YMCA에서 6개월 과정 연극을 한 게 전부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본능적으로 연극에 끌리게 됐다. 특히 단원들의 열정에 반했다는 그는 극단 내에서 배우이자 시나리오를 맡고 있다. 현재 창작극 ‘당신의 마흔 안녕하십니까?’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우씨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이 말보다 좋았다. 시·수필 등을 습작으로 써 놓은 것만 해도 100여 편”이라고 했다. 등단이나 발표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글감을 찾기 위해 사서삼경 삼매경에 빠졌다. 해설서를 세 번 읽은 그는 원서를 구해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전을 공부하다 보니 한자·역사·명리학까지 공부해야 했다”며 “공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새 시나리오 ‘당신의 마흔 안녕하십니까?’는 자신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 시대를 사는 40대의 애환을 대변한 이야기다. 7명의 단원은 매주 수요일 저녁 모여 함께 대본을 수정하고 연습한다. 창작극은 오는 10월쯤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우씨는 “연극을 하면서 단원 스스로 현실에서 힘겨웠던 부분을 연극으로 치유받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우씨는 극단 ‘동네사람들’이 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랐다. 음악·공예·연극이 한자리에 모여 어우러지는 무대가 지역에서 열리고 축제처럼 관객과 함께 노는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자 숙제가 됐다. “40대에는 견디는 것이 가장 큰 화두”라는 우씨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행복하고 풍요롭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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