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의 작은 가교…북한이탈주민에 행복 선사한 전통혼례식

  • 글·사진=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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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8   |  발행일 2018-04-18 제13면   |  수정 2019-01-16
민주평통 달성협의회가 마련
현풍향교서 2쌍 결혼식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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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향교 명륜당 앞뜰에서 새터민 두 쌍이 전통 혼례식을 올리고 있다.

청사초롱을 앞세운 화동의 발걸음을 따라 사모관대를 정중하게 갖춘 신랑이 목각기러기 한 쌍을 들고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전안례를 행하자, 대례복 족두리에 진분홍 곤지를 곱게 찍은 신부가 수줍게 신랑을 예로 맞이하면서 초례청으로 함께 들어선다. 이어 전통음악이 흘러나오자 고색창연한 향교 뜨락은 잔칫집 마당으로 술렁이면서도 자못 경건한 분위기가 감돈다. 교배례를 시작으로 신랑신부가 한 표주박을 둘로 나눈 잔에다 술을 따라 마시는 합근례(합환주)를 거치면서 가시버시 연을 맺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달성군협의회(회장 임경자)는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는 작은 걸음의 하나로 지난 7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향교에서 ‘북한이탈주민(새터민) 합동 전통 혼례식’을 열었다. 이날 각 기관단체장 등 하객 200여명이 참석해 달성군에 삶의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는 이모·김모씨 부부, 윤모·강모씨 부부 등 두 쌍의 앞날을 축복했다.

특히 현풍향교 유림회가 집례(주례 김상화 현풍향교 전교)를 대행하면서 전통가례에 준해 혼례식을 재연, 잊혀 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전통 혼례식은 사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고 있지만 여건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새터민을 선정, 지역민과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정주의식을 높이고 통일을 향한 작은 걸음을 떼는 뜻깊은 행사이기도 하다.

하객들의 진심 어린 축하 속에 고무된 두 쌍의 부부는 연신 웃음으로 축복에 답례하면서 “모든 이의 바람에 힘입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열심히 행복하게 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예필 선언(행사종료)을 하면서 지미희 영남판소리보존회 소리꾼들의 수궁가·가시버시의 사랑 등 판소리 장단이 뒤풀이 가락으로 울려 퍼지며 축하연은 대미를 장식했다.

행사를 주관한 임경자 회장은 “달성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새터민 모두에게 영광이 함께하길 바라며 두 쌍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한다”면서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는 이 자리를 우리 고유의 전통 혼례식과 함께 할 수 있어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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