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에 총수 진퇴 좌우…역대 8명 모두 중도하차

  • 마창성
  • |
  • 입력 2018-04-19 07:15  |  수정 2018-04-19 07:42  |  발행일 2018-04-19 제3면
끝나지 않은 포스코 회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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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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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인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현재까지 8명에 이르는 역대 회장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불운을 이어가게 됐다.


YS정부 직전 초대 박태준 사퇴
임기 못채우는 ‘흑역사’ 시작돼
정권교체 후 약 1년 이내 물갈이
8대 권오준도 전임자 운명 반복
재계 “권력의 전리품 인식 여전”



포스코는 역대 회장들의 진퇴가 모두 정치 권력에 좌지우지된 비운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중도 하차했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포스코 흑역사’의 출발은 포항제철 착공의 첫 삽을 뜨며 ‘영일만의 신화’를 이룬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이다. 그는 1968년부터 1992년까지 장기 재임했지만 문민화를 기치로 든 김영삼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퇴했다. 뒤를 이은 황경로 2대 회장(1992년 10월~1993년 3월)은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며 6개월 단명에 그쳤다. 3대 정명식 회장도 1993년 3월 취임했으나 1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은 1994년 3월부터 4년간 재임했지만 1998년 김대중정부가 출범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5대 유상부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김대중정부 5년간 자리를 지켰지만 그 역시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도 연임을 통해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초반까지 재임했지만 세무조사 무마 청탁에 연루돼 물러났다. 7대 정준양 회장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초반까지 재임했지만 정권 실세에 대한 비자금 의혹 등이 제기되며 2014년 3월 사퇴했다. 정 전회장은 사임 결정에 외압·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선 이 같은 해명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정 전 회장이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할 당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4개월가량 남겨둔 상태였다. 그는 이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여기에다 8대 권오준 회장까지 물러나게 됨에 따라 정권이 바뀐 후 약 1년 이내에 사퇴해 온 전임자들의 운명을 반복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포스코나 KT 같은 민영화된 옛 공기업을 아직도 정치 권력의 전리품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취임 이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했고,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정권 압박 외에 권 회장이 갑작스레 사임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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