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부부의 공감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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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07:58  |  수정 2018-05-24 07:58  |  발행일 2018-05-24 제22면
배우자에 공감해 주지 않으면서
소통 안한다고 불평하고 있다면
자신의 내면부터 들여다보라
[송유미의 가족 INSIDE] 부부의 공감과 소통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부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참으로 대화가 없는 부부구나’하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현대 사회가 애정과 친밀함을 바탕으로 한 부부중심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공감과 소통의 부재로 고통을 겪는 부부들이 상당히 많다. 아직도 남편과 아내를 하늘과 땅에 비유하는, 즉 존비(尊卑) 개념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선사회를 지배하던 유교 이데올로기가 많이 퇴색되었다고 하지만, 남편의 일과 아내의 일이 따로 있다는 성별분업 의식이 뿌리 깊다. 남편은 바깥일을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아내는 집안일을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흔하다.

지난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부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부는 남성과 여성이란 두 명의 완전하고 독립된 인격체가 동등하고 평등하게 결합된 관계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표현하는 방식이 상이한 두 개체가 하나의 결합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부부는 두 사람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세트인 셈이다.

그런데 부부가 하나의 세트라는 점을 유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방법은 공감과 소통 외에는 없다. 남성과 여성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서로 다른 존재다. 상이한 두 존재가 하나가 되는 방법은 공감과 소통이다. 공감과 소통 없이는 하나의 결합 형태를 갖추기 어렵다.

공감이란 자기가 마치 배우자가 된 듯 그 속으로 들어가 느껴보고 그 느낌을 배우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감해주려고 노력하고, 그 영역을 넓혀가려고 할 때 드디어 소통이 잘 되어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감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그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해결되지 않는 숙제들부터 푸는 것이다. 부부 싸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 자기 마음을 몰라주느냐며 내면의 간청과 절규의 형태로 일방적으로 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 간청과 절규를 들어주지 못할까, 아니면 들어주려고 하지 않을까? 답이 아주 재미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간청이고 절규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하고 똑같이 간청하고 절규하는데 누가 들어주겠는가? 결국은 같은 내면을 가진 사람들끼리 부부가 되어 상대방을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공감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공감과 소통의 기회가 충분했던 성장과정을 보낸 배우자는 굳이 상대 배우자에게 공감해 달라, 소통 좀 하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공감과 소통이 체화되어 요구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소통한다.

지금 배우자에게 공감해 주지 않고 소통 안 한다고 불평하는 분이 있다면, 공감 받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의 내면부터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상대방에게 불평하면서 해 주지 않는다고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없음은 불변의 법칙이다. 변화하고 안 하고는 상대방의 몫이고, 상대방이 변하거나 변해야 한다고 기대하면 할수록 그만큼 힘들어지는 법이다. 자신이 변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시간도 더 단축시킬 수 있다.

부부의 공감과 소통 방식은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부부생활을 원활히, 원만히 하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부부생활에서의 공감과 소통의 수준을 체크하고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을 자녀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 자녀는 부모와 공감과 소통을 잘 하는 자녀로 성장할 것이고, 훗날 부부 간에도 공감과 소통을 잘 하며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학교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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