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김강록 수성구미술가협회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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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3   |  발행일 2018-07-13 제38면   |  수정 2019-03-20
아내 손에 이끌려 맨발 걷기…이젠 딸까지 마니아…온가족 흙·바람 느끼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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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마니아인 수성구미술가협회 김강록 회장과 아내 송은아씨가 발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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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미술가협회 김강록 회장이 아내 송은아씨와 고산중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화가에, 미술교사(경산여고)에, 수성구미술가협회장에, 김강록씨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과중한 업무 때문인지 몇 년전에 크게 병원신세를 지고 난 뒤 그는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젊을 때부터 단학수련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단학수련에서 명상은 물론 스트레칭도 많이 해서 나름 건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나니 무언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단학수련을 소홀히 했거든요.”

병원 신세를 진 것이 3~4년 전이었다. 그즈음 맨발 걷기 바람이 한창 불고 있었다. 이전에도 맨발 걷기를 해본 사람들이 그 효과를 이야기해줘 관심은 가졌지만 실행에는 옮기지를 못했다. 맨발 걷기 전도사인 대구교육대 권택환 교수를 지인으로 둔 그는 권 교수의 말과 아내(송은아·수성구 체육회 부회장)의 권유로 이때부터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과중한 업무로 병원신세 후 건강에 많은 신경
효과 본 아내와 지인 권유로 호기심으로 시작
처음엔 발바닥 아파 고통…한달 지나면 무뎌져
1시간 정도 흙 밟기…복잡한 머릿속 평화로움

집 인근 학교운동장 비교적 관리잘돼 걷기 제격
오래할수록 점점 강한모래 자극 원하게 되기도
피부염증으로 고생한 딸, 맨발 걷기 하며 호전
겨울에도 살짝 언발 걷기 묘한 쾌감…못 멈춰



“아내가 맨발 걷기를 먼저 시작했고 상당히 열성적으로 했습니다. 맨발 걷기를 하고 난 뒤 그 효과를 체험하고는 저에게 자꾸 하라며 권하는데 처음에는 사실 호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씨의 집에서는 아내가 맨발 걷기의 전도사였다. “남편이 건강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일만 하는데 손쉽게 건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맨발 걷기가 딱 맞았습니다. 단학수련을 하려면 차로 20~30분 가야 되는데 맨발 걷기는 바로 집 옆에 있는 고산중학교와 매동초등학교에서 하면 되니까요.”

김 회장은 가끔 집에 일찍 들어오는데 아내의 닦달이 없으면 그저 책이나 TV를 보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남편의 건강을 염려한 아내가 남편의 팔을 잡아당겼다.

“밤 9시 이전에는 주로 매동초등에서 합니다. 매동초등보다는 고산중이 좀더 오랫동안 학교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저녁 늦게는 고산중을 이용하지요. 맨발 걷기를 처음 하면 발바닥이 아파서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1개월쯤 하고 나면 이런 아픔이 사라지고 발바닥이 자극을 받아 피로가 풀리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맨발 걷기를 오래 하면 좀더 자극을 많이 주는 모래를 찾게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사람들이 맨발로 모래위를 걸으면 유리조각 등으로 인해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 운동장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모래 굵기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프지만 자꾸 걷다보면 모래 굵기에 따라 발로 전해지는 느낌이 다릅니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한 모래를 통해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그는 흙이 피부에 직접 닿는 느낌도 상당히 좋다고 했다. 흙을 밟기는 커녕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맨발 걷기를 통해 1시간여 흙을 밟아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말도 곁들였다. 흙의 질감이 또다른 감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밤에 고산중과 매동초등을 거닐 때 인근에 자리한 천흘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한데 이 또한 기분을 아주 좋게 한다고 했다.

“낮동안 정신없이 보내면서 예민해지고 복잡해진 머릿속이 이곳에서 흙과 바람을 피부로 느끼다보면 제가 숲속이나 바닷가에 서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듭니다. 흙내음, 풀내음에 시원한 바람소리까지,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여유로워지지요.”

그는 맨발 걷기를 할 때 가급적이면 가족과 함께 하려 한다.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걸었는데 최근에는 딸(김유정·24)까지 가세했다.

“올봄에 딸이 교생실습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피부에 염증이 생겨서 피부과, 한의원 등 여러 병원을 전전했는데 크게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가 딸에게 맨발 걷기를 같이 하자고 했는데 딸이 처음에는 바쁘다며 안 했습니다. 겨우 설득해 맨발 걷기를 한번 시켰더니 너무 아프다며 못 하겠다고 하더군요. 며칠만 참으라며 함께 맨발걷기를 하고 나니 피부 염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달 정도 하고 나서는 그 병이 거의 완치가 되었지요. 그 뒤로는 딸까지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겨울에도 맨발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겨울에 맨발 걷기는 거의 극기훈련에 가깝다. 아내 송은아씨가 겨울의 맨발 걷기에 대해 열을 올린다.

“발만 놔두고 온몸을 완전히 중무장을 해서 맨발 걷기를 합니다. 10~20분 걷고 나면 발에 통증이 극에 달하다 어느 순간 무디어 집니다. 모래에서 그냥 걷는 것도 아픈데 발이 살짝 언 것 같은 상태에서 모래를 걸으면 그 고통은 더욱 심합니다. 하지만 40~50분 걷다보면 몸이 훈훈해지면서 얼었던 발도 서서히 녹는데 이때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이처럼 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김 회장은 맨발 걷기에 많은 사람이 동참해줄 것을 바란다는 말도 했다. 손쉽게 할 수 있고 경제적이며 몸에 좋은 운동이 바로 맨발 걷기라는 확신에서 나온 제안이다.

“시작이 반입니다. 저는 1시간 이상 걷는데 처음 걷는 이들은 20분 정도로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것이 몸에 무리가 적습니다.”

이 말을 하자 아내 송씨가 남편에게 자신부터 좀더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 “저는 일주일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남편은 맨발 걷기가 좋은 줄 알면서도 바빠서 그런지 일주일에 1~2회밖에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더 횟수를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취재를 하는 날, 이들 부부는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주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비 맞으며 맨발 걷기 하는 기분도 꽤 괜찮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언제 이렇게 비를 맞아보겠습니까. 맨발 걷기는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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