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왜 대구가 심할까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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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7 07:44  |  수정 2018-07-17 09:33  |  발행일 2018-07-17 제16면
“선순환 2∼3년 걸려…대구기업 그때까지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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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들은 사상 초유의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친기업’정책은커녕 기업 옥죄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타 지역보다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데다 중간재(재료 및 부품)를 공급하는 중소 규모 기업이 많은 대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의 기형적인 산업구조 문제
서비스업 77.1%·제조업 22.6%
자영업 비중도 전국서 가장 높아
생산성 낮을수록 임금인상 타격
서비스업 생산성지수 10년간 ↓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대구기업 부담 월임금 총액 487억원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일자리정책연구팀장이 지난해 말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의 지역영향 분석 방법론 연구-대구지역에의 적용’을 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7천530원)에 따라 늘어난 대구지역 임금 총액은 15억3천만원이고, 사업체에서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은 시간당 2억3천300만원으로 예측된다. 이는 실제 지불되는 최저임금 총액으로 지난해 대비 올해 대구의 최저임금 추가 부담분을 계산한 것이다.

대구 사업체가 부담할 시간당 임금총액을 월임금으로 환산하면 최소 487억5천만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두자릿수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부담은 이보다 훨씬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체의 추가 부담분이 모두 대구 근로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된다면 민간 소비지출이 증가해 새로운 생산이 유발되고 일자리도 추가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 소비와 생산을 증대시켜 다시 투자 지출된다는 흐름에서 추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역경제의 소득·소비·생산의 선순환 체계가 이뤄지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김용현 대경연 일자리정책연구팀장은 “소득·소비·생산의 선순환은 대략 2~3년 걸리는데 그때까지 지역기업들이 버티는 게 어렵다”면서 “그사이 기업들에는 폐업할 정도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구경제에 여파 큰 이유는 ‘기형적’ 산업구조

최저임금 인상이 대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까닭은 ‘기형적’인 산업구조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16년 기준 대구지역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2.8%로 7개 대도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21.2%)도 웃도는 수치다. 대구의 인구 1천명당 사업자 수(95개)도 같은 지자체 중 서울(104개) 다음으로 가장 많다.

자영업 가운데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요식업이다. 실제 전국 3천500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대구경북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가 4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요식업의 대구 지역내총생산 기여도는 미미하다. 섬유와 안경 등 지역의 주력 산업이 침체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영세 자영업으로 몰린 탓이다.

문제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지수가 10년간 감소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생산성이 높은 업체는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높은 임금을 지불하지만, 낮은 하단 업체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부터 타격을 받는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오히려 생산성이 열악한 업종과 그 종사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뜻이다.

생산성이 받쳐주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타격을 많이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 비중이 높은 대구에서 여파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구는 서비스업 비중은 높은 반면에 제조업 비중은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구의 서비스업 비중은 77.1%에 이른다. 반면에 제조업 비중은 22.6%에 그친다. 제조업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거의 없고, 99% 가까이는 직원 50명 미만의 작은 업체다. 최저임금 인상이 유독 대구에 타격이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엔 이런 근본적인 산업구조 문제가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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