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나는 언제나 소중해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마라톤. 마라톤. 삶은 길어 천천히 해.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탄소년단의 ‘낙원’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낙원이라는 노래의 긴 노랫말 중에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부분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듣고, 방탄소년단은 꿈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불편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꿈이 없어도 행복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꿈을 꾸어야 한다” “꿈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과감하게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용기에 놀랐고, 많은 젊은이가 그들의 노래에서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노래를 잘못 해석해 ‘꿈이 없는 사람’을 ‘꿈을 외면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그러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꿈이 없는 사람’과 ‘꿈을 외면하는 사람’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꿈은 미래를 위한 위대하고 거창한 꿈,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갖게 된 꿈, 좋은 대학 진학이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등과 같이 대부분 사람들이 꾸는 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꿈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꿈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힘들어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는 멈춰서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위대하고 거창한 꿈보다는 다음 달에 노트북 사기와 같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꿈도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의 희망에 의해 만들어진 꿈은 나에게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표현에는 ‘꿈이 있어도 괜찮고, 없어도 괜찮아’라는 의미와 ‘꿈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아’라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위에서 말한 꿈들을 비판은 하지만 부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꿈은 없어져야 해’ 또는 ‘이러한 꿈을 꾸는 사람은 좋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도 괜찮고, 이러한 꿈이 없는 사람도 괜찮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래의 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나를 고통에 빠지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꿈이 없는 사람’과는 달리 ‘꿈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현재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미래의 나를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들입니다. 방탄소년단은 미래의 꿈 때문에 현재의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의 나를 고통에 빠뜨리거나 파괴하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꿈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미래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난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 미래의 나에 대해서는 관심 없어. 미래는 될 대로 되라지 뭐. 난 현재만 즐거우면 돼’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조언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기도 하고, 내가 한 행동이나 말이 가져올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비행이나 일탈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미래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가올 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9월에서 보면 10월은 미래지만, 시간이 지나면 10월도 현재가 되는 법입니다. 결국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현재도 행복할 수 없는 법입니다.

방탄소년단은 ‘낙원’이라는 노래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지쳐 있는 학생들이나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한 것이지, 미래를 위한 노력은 가치 없는 것이며 현재의 쾌락만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나’도 소중하고, 미래의 ‘나’도 소중합니다.

김장수<대구진천초등 교장>

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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