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고등어음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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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2   |  발행일 2018-10-12 제38면   |  수정 2018-10-12
국민생선 고등어의 ‘무한 변신’
파스타 사이 씹히는 바삭·촉촉한 살점
씨알 굵은놈으로 진한 국물낸 추어탕
식초·소금담가 초절임…쫀득한 식감
동네횟집서 즐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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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사바와 고등어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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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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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올리브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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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추어탕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고등어가 제일 맛있을 때이다. 고등어는 기름기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찬 바다일수록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한류로 인해 먹이를 많이 섭취하여 맛이 좋다. 고등어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의 온대 및 아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3월 제주 성산포 근래에 몰려와 차차 동해와 서해의 북으로 올라갔다가 9월부터 남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때 잡힌 고등어가 지방함량이 가장 많다. 북상하는 여름철 고등어는 자반고등어를 만드는 간잽이들조차 작업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떨어진다. 국내 고등어 유통의 메카는 부산이다.

요즘 우리 식탁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대서양에서 잡은 노르웨이 고등어는 8~9월에 지방 함유량이 최고였다가 10월이 되면 빠진다. 노르웨이산은 잡는 즉시 급랭가공하여 포장된다. 선도가 잘 유지되어 무늬가 굵고 선명하다. 체형이 날씬하고 길쭉하다. 끝이 뾰족한 삼각형이다. 봄이 되면 지방 함량이 가장 낮아 맛이 떨어진다.

국내산 고등어는 몸이 넓고 통통한 편이다. 눈알이 크다. 등에 푸른색이 덜하면 무늬도 잘고 흐릿하다. 유선형 모양이다.

국민생선 고등어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먹어 친숙한 생선이다. 맛이 100점이면 영양가는 200점이라고 한다. 요리의 활용도가 높다. 구이와 조림은 물론 추어탕, 김치찜, 살아 있는 채로 장만한 회, 강정, 파스타, 샌드위치, 자반 고등어, 일본의 초절임인 시메사바 등 다양하게 해먹을 수가 있다. 특별한 고등어 요리로 인기가 있는 지역의 별난 식당을 소개해 본다.

▲Gook Su(고등어올리브파스타)

파스타 면 사이에 씹히는 고등어 살점. 고소함은 물론이고 부드럽기까지 하다. 씹히는 맛이 별미다. 고등어와 올리브오일. 그리고 알덴테로 삶긴 파스타 면은 의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싱싱한 고등어를 뼈와 잔가시를 제거하고 잘 저민 다음 올리브오일·레몬·월계수잎에 담가 24시간 마리네이드 한 고등어를 껍질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프라이팬에서 구워 넣고 여기에 파스타 면을 넣어 볶는다. 이때 살살 볶는 게 비법이다. 막 휘저으면 살점이 다 뭉개지고 특유의 향도 사라진다. 페퍼론치노가 들어서인지 매콤함도 보탰다. 사전예약이 필수다. 이 집의 시그니처메뉴는 리삐에노피자와 티본스테이크. 리삐에노피자는 직접 만들어 한달 정도 숙성시킨 리코타치즈에 생햄 모차렐라치즈를 듬뿍 올리고 반달 모양으로 접고 바깥쪽은 토마토 퓨레와 치즈를 뿌려 구웠다. 흘러내리듯 쭉쭉 늘어나는 치즈 맛이 유달리 보슬보슬하고 단맛까지 난다. 화덕에서 잘 구워진 갈색 피자.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에는 습기가 남아 고소한 맛이 흘러나온다.

티본스테이크는 국내산으로 40일 정도 드라이에이징 해서 굽는다. ‘T-본’은 소의 연하고 담백한 안심과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이 좋은 등심 사이에 T자형의 뼈가 붙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심과 안심을 같이 맛볼 수 있다. 부드럽게 배어나오는 육즙과 깊은 향이 도드라진다. 먹는 내내 짠맛이 강하지 않고 고기 본연의 풍미를 살려준다. 대구 남구 현충로 7길2. (053)625-1365

▲고시래(고등어추어탕)

고등어추어탕은 경상도 바닷가 향토음식이다. 미꾸라지가 전혀 안 들어가는 추어탕이다. 추어탕이라고 하면 미꾸라지로 끓인다. 그런데 고등어로 추어탕을 끓인다고 하니 모순적인 추어탕처럼 보인다. 추어는 미꾸라지다. 예전에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반도로 잡아와 갖은 푸성귀를 넣고 해먹던 가을 음식이었다. 서민들의 단백질 섭취원이자 가을철 보양식이었다. 자연산 미꾸라지를 구하기 힘든 바닷가에서는 가을이 제철인 국민생선 고등어를 식재료로 해서 추어탕이라 여기고 끓여 먹었다. 이 집은 고등어에 민물장어까지 넣은 추어탕을 낸다. 고등어가 싱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씨알이 굵은 놈을 골라야 국물이 진하다. 먼저 내장을 발라내고 삶아 일일이 뼈를 걸러내고 살이 보일 정도로 거칠게 간다. 장어는 뼈째 고아낸다. 고등어 우린 육수와 장어 육수에 별도의 채소로 만든 육수를 보태 반드시 48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그런 후 양념·들깨·우거지·얼갈이배추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 손님상에 낸다. 먹을 때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으면 개운한 매운맛과 구수한 부드러움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제핏가루를 넣으면 풍미는 더 깊어진다. 뻑뻑할 정도로 걸쭉한 국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뒷맛은 감미로우면서도 개운하다. 비린내라고는 없다. 미꾸라지 추어탕과도 사뭇 다른 맛이다. 한두 숟가락 정도는 김에 다진 고추지를 올려 애피타이저격으로 싸먹고 남은 밥은 국과 곁들여 먹으면 좋다. 나머지 조금 남은 밥은 국에 말아 잘 익은 깍두기와 곁들이면 금세 한 그릇이 뚝딱이다. 남구 대명 복개로 77-2. (053)627-7007

▲도톤보리(시메사바)

시메사바는 쉽게 상하는 고등어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일본음식이다. 싱싱한 고등어를 식초와 소금에 담가 초절임했다.

식초를 만드는 방법이나 숙성 방법 등은 요리사마다 다르다. 요리사 내공이 없으면 절대 맛을 낼 수 없는 음식이 시메사바다.

핀셋으로 잔가시를 일일이 다 뽑아내야 하는, 참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고추냉이를 살짝 묻혀 간장에 찍어 먹든지 초밥으로 많이 먹는다. 뜨거운 물에 살짝 익힌 듯한 쫀득한 식감이다.

그날 날씨에 따라 식초에 절이는 시간을 조절한다고 한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고등어 특유의 향내가 있다. 시메사바로 만든 초밥은 잘 익은 와인처럼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숙성된 고등어와 생겨자, 그리고 살짝 적신 간장이 입안에서 확 풀리는 듯하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맛이다. 생선과 밥이 입안에서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제철인 요즘에만 시메사바와 시메사바 초밥을 맛볼 수 있다. 도톤보리는 일본식 횟집으로도 유명하다. 깔끔한 분위기에 제법 잘 갖추어진 개별 룸이 있고 친절하고 세련된 서비스가 있다. 제철 생선을 주로 쓴다. 정통 일식집이지만 퓨전일식에 한식을 보탠 것들도 간혹은 나온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담아낸다. 회는 물론이고 참다랑어 뱃살까지도 리필이 가능하다.

이 집은 애피타이저격으로 초밥처럼 뭉친 밥이 나온다. 깻잎에 김 한장, 그리고 초장을 살짝 적신 생선회 한 점, 생선뼈를 다져 만든 된장이나 갈치속젓을 얹어 쌈 싸 먹으면 된다. 독특한 맛이라 입맛을 돋우는데 한몫한다. 달서구 성서공단로 15길 66. (053)591-4977

▲해인(고등어회)

성질이 급해 잡은 지 몇 분이면 죽는 고등어. 그래서 싱싱한 횟감으로 유통되는 게 참 어려웠다. 바닷가가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생선이었다. 그래서 회맛 좀 안다는 사람이 유독 즐겼던 음식이 바로 고등어회. 예전에는 침을 놓아 기절시킨 고등어를 유통했다. 요즘은 양식기술과 수송수단의 발달로 활어차로 산 채로 고등어를 유통시킨다.

고등어는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찰랑찰랑할 정도로 살이 무른 생선이다. 적당히 씹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찰떡 씹는 듯 식 감이 무척 차지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더 깊어진다. 고등어회는 매콤짭짤한 소스가 있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김 위에 살짝 초장을 묻힌 고등어 한 점을 놓고 청양고추 한 조각, 생겨자, 약간의 된장에 마늘을 얹고 싸서 먹는다. 입안에 부드러운 듯 매콤함이 꽉 찬다. 물내나 비린맛은 전혀 없다.

이 식당은 화려하지 않는 편안한 동네 횟집이다. 가격도 만만한 집이다. 그렇지만 메뉴에는 특별함이 있다. 제철생선을 많이 낸다. 지금은 이르지만 찬바람이 불면 살과 기름이 오른 대방어를 찾는 마니아도 많다.

해물모둠을 필두로 미역국, 꽁치, 비빔국수 등 곁들임 반찬도 섭섭지 않게 낸다. 수성구 명덕로 381-1. (053)741-2324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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