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쪽지문' 둘러싼 진범재판…13년 전 강릉노파 살해범은 누구

  • 입력 2018-10-23 11:46  |  수정 2018-10-23 11:46  |  발행일 2018-10-23 제1면
검찰, 정씨의 유죄 입증 주력 vs 정씨 "현장에 간 적 없어" 주장
쪽지문으로 유력 용의자 검거 → 1심서 무죄…'반전의 반전' 거듭

 "1㎝의 쪽지문(부분 지문)이 지목한 용의자는 진짜 범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법 피해자인가."
 13년 전인 2005년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60대 노파 살해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오는 24일 예정된 가운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 사건의 2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005년 5월 13일 낮 12시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사는 A(여·당시 69세)씨가 손과 발이 묶인 채 피살됐다.


 13년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 사건은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1㎝의 쪽지문'을 지난해 9월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통해 재분석한 결과 유력 용의자로 정모(52)씨를 지목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과학수사의 발달에 힘입어 13년 만에 지문을 이루는 '융선'을 드러낸 1㎝의 쪽지문은 정씨를 범인으로 옭아맸다. 사건 당시에는 융선이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경찰의 끈질긴 추가 행적 수사를 통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 사건은 13년 만에 해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강도 살해 혐의로 기소된 유력 용의자 정씨가 무죄로 석방된 것이다.


 1심 재판부도 범행 현장에 있던 포장용 테이프에 찍힌 1㎝의 쪽지문은 정씨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쪽지문이 노파의 얼굴을 포장용 테이프로 칭칭 감아 제압하는 범행 과정에서 찍힌 것인지, 범행과는 전혀 무관하게 어떠한 경위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지문감정 결과에 의하면 정씨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그러나 범행과는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증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인 셈이다.
 정씨도 1심 재판에서 "범행 현장에 간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포장용 테이프에 자신의 쪽지문이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강릉 노파 살해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검찰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 끝에 정씨 사건을 지난 1월 항소했다.
 이후 3차례에 걸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유력 증거인 포장용 테이프 안쪽 속지에 남은 정씨의 지문 일부가 어떠한 경위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이 밖에 검찰은 유력 증거인 쪽지문 이외 정씨가 빠져나갈 수 없는 또 다른 정황 증거 보강에 주력했다.
 특히 지난 9월 검찰이 제출한 추가 증거자료가 항소심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치열한 진범 공방을 벌인 강릉 노파 피살사건의 항소심이 어떤 결론이 날지, 과연 진범은 가려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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