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에 꽃 피운 ‘공부인생’ 올 수능 대구 최고령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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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경석기자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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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수성대 수시합격 박선민 할머니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구지역 최고령 응시자인 박선민 할머니가 수성대 수시 합격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여러 사정으로 제때 공부를 못한 노인들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산수 공부를 시작했던 할머니가 그후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수능시험까지 보게 됐다. 대구 달서구 박선민 할머니(79)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구지역 최고령 응시자다. 그는 지난 8월 ‘2018학년도 제2회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도 대구·경북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6일 수능시험을 약 일주일 앞두고 찾아간 박 할머니 집에는 ‘최고령 합격자’ ‘최고령 응시자’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문제집과 합격증 등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박 할머니는 “평소 초등학교 공부도 마치지 못한 게 늘 한이 됐다. 광복이 되고 난 후에는 먹고살기 바빠 공부할 시간도 없었다”며 “하지만 늘 마음속에는 공부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환갑이 넘어서야 야학과 독학으로 구구단·산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검정고시에서 몇 번 낙방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며 웃었다.

“환갑 넘어 구구단·산수부터 시작
배움 욕심에 3시간만 자고 버텨
카페인음료 매일 먹다 심장질환

수능시험 과학영역에 자신있어
새내기 대학생활 생각하면 설레
손자뻘 학생들과 MT도 가고파”


박 할머니는 지난달 19일 수성대 사회복지과에 수시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하지만 공부인생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배움에 대한 욕심이 많은 탓에 이른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공부하기 위해 커피와 카페인 음료를 매일 마시다시피 해 결국 심장질환을 앓게 됐고 수술까지 받았다. 그는 “하루에 3시간만 자고 공부를 하려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 아들이 책을 내다버리면서 말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아들의 간곡한 만류도 그의 ‘공부욕심’을 꺾을 순 없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빠져나올 수 없었다는 것. 박 할머니는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손자보다도 훨씬 어린 고교생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웃음치료·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도 딴 박 할머니는 수능이야말로 그동안 공부한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능에서 한국사·생명과학·지구과학 영역에 응시한다. 박 할머니는 “과학 영역에 자신있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내기 대학생활에 대한 설렘도 숨기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대학에 가면 손자뻘 학생들과 MT도 가고 싶다”면서 “젊은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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