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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의 문화 담론] 컬렉션(Collection)문화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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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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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으로 사는 피카소 작품…생활 곳곳 ‘손안의 미술관’

크리마트로 표현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뭉크의 ‘절규’. 우유팩을 장식하고 있는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호안 미로의 작품이 등장한 라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富 버리고 문화유산 지킨 간송 전형필
삼성 창업주 이병철도 대표적 컬렉터

소시민과 거리 먼 미술품 수집·소장
상설 전시장 저렴하게 거래…대중화
호안미로 작품, 라면 봉지·간편식 장식
우유팩에 마네 대표작 ‘피리부는 소년’
고흐와 뭉크 명화, 커피잔 위에서 감상

미술이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미술을 삶의 테마로 삼는 국민정서가 일상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집이라면 회화(繪畵)나 서화(書畵) 한두 폭, 도자기류 한두 점으로 벽면과 장식장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미술의 기원은 구석기시대 인류가 자기 표현을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창출한 선(線)의 미학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정설이다. 동굴벽화나 고인돌의 암각화에 나타난 별자리는 주술적 신앙의 의도에서 그려진 것으로 이후 언어의 기원과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붓끝에서 선으로 시작되고 색채로 완성하는 작가의 고유영역으로 발전해온 과정이다.

오래전부터 부유층의 전유물로 회자되던 고가의 컬렉션은 아직도 일반대중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중의 중소규모 갤러리나 상설전시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미술품이 컬렉션문화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비록 무명의 신진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언젠가 평단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일상으로 대하다보면 어느 새 정이 들고 애착이 가고 나아가 작가의 개성이나 철학, 작품의 특징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컬렉션이 가진 매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호인과 일반 직장인 사이에 컬렉션과 관련된 스터디클럽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술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도록이나 화첩을 통해 근·현대미술의 정수를 배우고 전시투어로 절정기에 명작을 남기고 떠난 화성(畵聖)과 서성(書聖)들의 발자취를 만나볼 기회도 갖게 된다.

컬렉션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의 수집과 소장을 말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술품 수집과 소장은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기게 되었고 소시민들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의 컬렉터(Collector)라면 삼성 창업주 이병철(1910∼87)을 효시(嚆矢)로 재벌들부터 손꼽게 된다. 부(富)의 상징처럼 미술품 수집과 소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미술관까지 설립,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품 수집과 소장의 전설적인 인물로는 단연 간송 전형필(1906∼62)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과감히 부를 버리고 문화보국에 평생을 바친 선구자였다. 일제 강점기이던 1935년 선대의 부를 물려받아 장안의 거부가 된 그는 고려청자 ‘천학매병(千鶴梅甁, 국보 68호)’이 일본인의 손에 넘어간 것을 서울 북촌의 기와집 스무 채 값이나 되는 거액에 사들였다. 여기에다 영국인 컬렉터에게 넘어간 고려청자 20점을 사들이기 위해 무려 기와집 400채 값을 치렀다고 했다.

고려청자뿐 아니라 조선백자·분청사기 등 골동품과 조선조의 서화·화첩·전적(典籍) 등 역대 서성과 화성들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는데 전 재산을 투자했다. 그중에서도 기와집 10채 값의 거액을 주고 구한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 국보 70호)은 현재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은 국보로 평가되고 있다. 후손들은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간송이 수집한 수많은 문화유산을 봄과 가을 연간 두 차례씩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현재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영국 소더비와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선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그림과 보석 등이 출시되기 무섭게 단 몇 분 만에 낙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대형 경매시장에서 회화·조각·도자기 등 소장가들로부터 위탁받은 미술품 경매가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돌파하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경매시장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컬렉터는 일부 부유층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최근 ‘단돈 1만원으로 피카소를 산다’는 모토를 내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생겨나 서민층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랫폼이 수익성 있는 작품을 먼저 구입한 뒤 공동구매 희망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모금하고 투표를 통해 매각수익을 분배하는 일종의 재테크 형식이다. 미술애호가들의 저변 확대로 해외 유명 화가들이 남긴 귀한 작품까지 누구나 손쉽게 감상할 수 있을 만큼 공동컬렉션이 우리 생활 주변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심지어 호안 미로(1893~1983)의 작품이 라면 겉봉에 새겨지고 각종 간편식 포장을 장식해 미적 포만감마저 느끼게 한다. 우유팩과 맥주 등에도 에두아르 마네(1832∼83)의 대표작 ‘피리부는 소년’이며 해외 팝아트의 그림을 그려넣어 다분히 마케팅 전략과 연계되긴 하지만 국민정서를 파고드는 이른바 손안의 미술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뭉크의 ‘절규’ 같은 명화는 일상으로 마시는 기호식품 커피잔 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유명 바리스타가 만들어낸 이른바 ‘크리마트’(크림과 아트의 합성어)다. 특별한 미술 실력이 없어도 손쉽게 즐기는 커피 아트분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마다 강릉에서 열리는 가을축제 ‘커피화(畵)’는 한 잔의 커피와 미술이 만나는 묘한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커피에다 설탕·식초 등을 이용해 농담(濃淡)을 조절하는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어내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다양하게 발전하는 컬렉션문화가 이제 일반대중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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