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파벌로 인적쇄신…국내외로 금융영토 확장해야”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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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  발행일 2019-01-21 제3면   |  수정 2019-01-21
DGB 대구은행 ‘환골탈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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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제12대 대구은행장에 취임하게 되면서 지난 10개월간 지속된 은행장 공백사태는 막을 내리게 됐다. 행장을 겸직하게 된 김 회장은 조직안정 및 국내외 영업인프라 확충, 디지털금융 강화 등 녹록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대구 수성동에 있는 대구은행 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김태오 DGB금융지주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앞으로 대구은행이 기존의 고질적 문제들을 극복하고 재창립 수준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려면 주어진 임기(2년) 동안 조직이 입은 내상(內傷)을 빨리 치유하고, 미래 금융 경쟁력 확보에 토대가 될 ‘탈 TK’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경제영토를 확장, 새로 시도할 각종 디지털금융 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문화 혁신 절실

이른바 ‘대구은행사태’의 근간에는 조직 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파벌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조직 내부에는 경북고-대구상고 간 보이지 않는 알력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4년 대구상고 출신 박인규 회장이 처음으로 수장에 오르면서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영남대 및 ROTC 인맥까지 형성됐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타 은행 출신이면서 경북고를 나온 김태오 회장이 취임하자 일각에선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들의 고교 출신까지 함께 연계시켜 경북고-대구상고 파벌 프레임을 다시 부각시켰다. 이런 갈등구도는 김 회장이 지난해 5월말 취임 후 단행한 지주사 중심의 그룹지배구조 개편과 최근 행장 겸직 결정 과정에서 최고조로 표출됐다. 여기에 조직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옷을 벗게 된 퇴임 임원까지 외부에 목소리를 내면서 조직은 더 뒤숭숭해졌다.


김태오 정도 경영 지역사회 관심
능력·자질 평가 ‘공평인사’ 기대
임원 육성 프로그램 시도 긍정적

지역고수 영업전략 변화 타이밍
TK 벗어나 수도권 공략 나서야
해외는 철저한 현지화 의견 우세



김 회장은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모드로 무게 중심을 옮겨와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대구상고 출신 임직원들이 그동안 은행이 지역사회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힘이 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김 회장은 앞으로 중요 보직 인사 시 공평한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김 회장이 일단 능력과 자질만을 놓고 평가하는 임원육성프로그램(HIPO), 경력개발 프로그램(CDP)을 시도한 것 자체는 긍정적 측면으로 여겨진다. 행장 겸직기간을 2020년말로 한정하고, 온전한 차기 행장은 내년 6월 중으로 내정한다고 밝힌 점도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 다만 김 회장이 윤리·정도 경영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초심과 위기 극복의지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김 회장의 행장 입성을 기점으로 조직내부에 외부인사에 대해 개방적 사고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DGB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2년이 중요하다. 기업문화에 있어 개방성은 CEO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조직내부에 보편적으로 통용돼야 금융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뼛속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TK를 벗어나야 산다

대구은행의 기존 지역고수 영업전략에 확실한 변화를 줄 타이밍이 도래했다. 한계가 명확한 지역에서만 영업을 해서는 더 이상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기여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내부에선 전북은행·광주은행이 수도권 공략에 적극 나서 적잖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을 예의주시한다. 이들 두 은행은 현재 수도권에 각각 16개, 31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대구은행은 수도권에 8개의 점포가 있다. 점포는 시중은행과 달리 건물 2층 이상에 소규모 직원을 상주하는 ‘초소형 점포’ 형태를 띤다. 이를 토대로 두 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3.5%나 증가했다.

대구은행 내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부적으로 수도권에 기업여신 전담조직인 ‘수도권영업본부’ 운영을 진중하게 검토 중이다.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시중은행 퇴직 임원 출신을 외부공모로 본부장에 앉히고, 영업형태도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 퇴직자들로 팀(2인1조)을 꾸려 고객을 일일이 찾아가겠다는 것. 중견·중소기업 및 신규 벤처기업이 주된 영업대상이다. 수도권 가계대출은 자금조달 부담이 적어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는 ‘모바일금융’쪽에서 돌파구를 찾을 생각이다.

해외 인프라는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신흥시장인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 가급적 현지인을 많이 고용해 뿌리를 내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국내 금융당국 승인은 났고, 미얀마 당국의 결정만 남아 있다. 지점 개설보다 법인설립에 무게를 두면 차후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조기 안착에 훨씬 유리하다고 보는 것.

4년간 소식이 없는 베트남 호찌민지점 개설도 올해 결실을 거둬야 한다. ‘인도차이나 금융벨트’가 안착되면 다른 동남아 국가 쪽으로도 활동 보폭을 넓혀야 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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