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서 아들 구해준 로봇교육…사업으로 했더니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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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선우기자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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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로봇 교육콘텐츠 개발업체 ‘마이크로컴퓨팅’

마이크로컴퓨팅의 교육 콘텐츠 ‘VR 로봇시티’는 로봇 제작과 동작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수 있다.
마이크로컴퓨팅의 초창기 로봇 완구 <마이크로컴퓨팅 제공>
한국에서 ‘게임 중독’은 질병으로 통한다. 게임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해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아 게임 중독의 심각성은 집중적으로 조명돼 왔다. 때문에 게임에 빠진 아이를 보는 부모들은 걱정이 많다. 게임에 빠진 아이를 구한 노하우를 교육사업으로 연결한 대구기업이 있다. VR교육 콘텐츠 개발업체 마이크로컴퓨팅이다.

◆게임에 빠진 아이 구제한 로봇교육

박영숙 마이크로컴퓨팅 대표(52)는 15년 전 초등 3학년이던 아들이 게임에 빠져 고민이 컸다. 당시 대구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던 박 대표는 출퇴근할 때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열중인 아들의 뒷모습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자정을 넘기기 일쑤, 다음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했다. 밥도 먹지 않고 학교 숙제도 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에만 열중했다. 박 대표는 아들을 혼내고 달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아들과 사이만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박 대표의 머릿속에는 성인이 된 아들이 어두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다가 게임에 빠진 아들을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우연히 만난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아들에게 로봇교육을 시켜보라고 했다. 로봇으로 하는 교육이 일종의 게임이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환기된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자신의 학원에서 로봇과 관련된 커리큘럼도 마련했다. 아들을 비롯해 원생들로 반을 꾸려 로봇교육을 했다. 간단한 완구를 조립하는 것부터 납땜까지 동원해 직접 로봇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컴퓨터 언어를 이용한 코딩교육도 했다.


반 꾸려 합숙, 완구 조립·납땜
로봇 만들고 코딩교육하기도
로봇 이해하려 수학·영어 공부
지능계발·학습 동기 부여 효과

美 STEAM 교육개념 들여와
사업 첫해부터 매출 3억 이상



게임만 하던 아들의 관심이 로봇에 쏠렸다. 밤 늦게까지 로봇에 매진하더니 각종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냈다. 아들이 게임을 멀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해외 석학들이 피드백을 해주는 대회에 참가하면서다. 일주일간 합숙하고 돌아온 아들은 영어와 수학책을 꺼내 공부하기 시작했다. 로봇을 다루기 위해선 수학을 알아야 하고, 해외 석학들의 조언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선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로봇교육을 한 지 2년 만의 변화였다.

박 대표는 로봇이 아이들에게 지능계발이나 학습 동기부여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아들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는 “흔히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에게 그런 열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좋은 성적을 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데 그 말이 딱 맞았다. 대구시교육청 과학탐구대회 로봇부문에서 학원 아이들이 상을 휩쓸었다”고 말했다.

◆로봇을 통한 융합인재교육

박 대표는 아들에게 효과를 본 로봇교육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2004년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에는 블록으로 구조물을 만드는 완구를 개발, 판매했다. 당시 국내에선 단순한 놀이로 여겨졌지만 미국에선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교육이란 개념으로 확립됐다.

사업은 첫해부터 성과가 두드러졌다. 매출이 3억원을 넘었고, 그 후로도 3억~4억원으로 유지됐다. 그러다가 2007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서였다. 자본금이 적은 편이어서 정부의 R&D 제도를 활용하려면 법인 전환이 필수였다. 그는 “5년 뒤에 마이크로컴퓨팅이 존재할지 상상해봤다. 지금 수익이 안정적이라고해서 손놓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엔 AR소프트웨어 개발
아이들 눈높이 맞춘 ‘로봇시티’
AR·VR로 로봇 구동방식 설명

마케팅 전문가 영입 후 매출 4배
주로 해외기업에서 투자금받아
사우디 기업이 60만달러 투자도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박 대표는 2010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직접 체험해보고 실감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로봇과 AR를 융합하면 경쟁력 있는 교육제품이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구개발 첫 해부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특허 등록·출원하려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포기했다. 현실성이 떨어진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끈기를 가지고 보완했다. 연구개발에 몰두하다보니 매출이 점점 떨어졌다. 여기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도 융합하면서 개발은 더뎌졌다. 2015년에는 매출이 1억6천만원으로 설립 첫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상용화하는데까지 8년 가까이 걸렸다. 완성도 높은 AR교육 콘텐츠는 2017년 완성됐다. VR교육 콘텐츠는 올해 완성됐다.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서 고도화시킨 덕분에 차별화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콘텐츠에는 ‘로봇시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봇시티의 특징은 아이들에게 난해한 것들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상 속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경험하는 방식 덕분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터의 구동 원리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아이들이 직접 모터가 돌아가는 과정을 AR이나 VR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또 가보지 못하는 세계를 증강·가상현실을 통해 교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VR 인성동화도 만들었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인성교육을 재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우화를 활용하고, 생생한 체험을 위해 VR를 도입했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2015년, 마케팅 경험이 많은 이태석 대표(54)가 합류하면서 판로도 확대됐다. 그는 3년 동안 총 8억원의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금 대부분은 해외기업의 투자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자가 로봇시티의 가능성을 높이 사 지난해 60만달러를 내놓았다. 매출도 크게 늘었다. 2015년 이후 4년간 매출은 400% 신장됐다.

박 대표와 이 대표의 목표는 놀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체인지 메이커로 키워내는 것이다. 박 대표는 “놀이와 같이 손을 사용하는 활동이 성장기 어린이의 뇌를 자극해 인지능력을 발달시킨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요즘 말하는 융합인재교육(STEAM)을 로봇놀이로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획기적인가”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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