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부모 양육의 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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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07:40  |  수정 2019-02-14 08:21  |  발행일 2019-02-14 제21면
핥고 쓰다듬는 어미 쥐의 ‘보살핌’
새끼 쥐 사회성·뇌 등에 좋은 영향
인간 대상 연구도 같은 결과 확인
20190214

어린 시절에 겪은 빈곤과 역경은 아이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평생 지속된다. 그 상처가 주는 나쁜 영향을 해독하는 약은 엄마, 아빠에게서 얻을 수 있다. 제약 회사나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살갑고 애틋한 관계를 형성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심리적 탄력성을 길러줄 수 있고, 내면의 상처를 초래하는 나쁜 해악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줄 수 있다. 독자 중 몇몇 분이 부모 양육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들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 칼럼에는 초기 양육의 중요성을 밝힌 연구를 하나 소개해보고자 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미니 교수는 다른 학자들처럼 쥐를 이용하여 많은 연구를 했다. 그는 어미 쥐가 행하는 핥기와 쓰다듬기가 새끼 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그는 새끼가 태어나고 처음 열흘 동안 어미 쥐가 핥아주거나 쓰다듬어주는 횟수를 기록한 다음, 열흘이 지나자 어미 쥐와 새끼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핥기와 쓰다듬기를 많이 해줬던 어미 쥐와 그 새끼 쥐를 ‘높다’는 의미의 H그룹에, 별로 많이 해주지 않았던 어미 쥐와 그 새끼 쥐를 ‘낮다’는 의미의 L그룹에 포함시켰다.

이후 새끼 쥐를 어미 쥐로부터 분리시켜 다른 쥐들과 함께 보내도록 조치한 뒤 100일이 지나 성숙했을 무렵 H그룹의 성숙한 새끼 쥐들과 L그룹의 성숙한 새끼 쥐들을 비교하는 실험 두 가지를 실시했다. 하나는 쥐 한 마리를 크고 둥근 열린 상자에다 5분간 놓아두고 마음대로 움직이게 놔두는 것이다. 신경이 곤두선 쥐는 상자 벽에 바짝 붙어서 둘레를 도는 경향을 보이고, 대담한 쥐는 벽에서 떨어져 나와 상자 전체를 탐색했다. 또 다른 하나는 쥐가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배가 고픈 쥐를 상자에 10분가량 넣어두고 음식을 줘본다. 긴장한 쥐는 마치 호화로운 만찬에 초대받은 불안한 손님처럼 오랫동안 음식을 먹어볼 엄두도 못 내고, 차분하고 자신감을 가진 쥐보다 먹는 양이 적었다.

두 실험에서 H그룹 쥐들과 L그룹 쥐들은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새끼였을 때 핥기와 쓰다듬기를 그다지 받아보지 못했던 쥐들은 상자 속 열린 공간을 탐색했을 때 5분 가운데 평균 5초도 쓰지 않았지만, 핥기와 쓰다듬기를 충분히 누렸던 쥐들은 7배에 달하는 35초 동안 열린 공간에서 보냈다. 또 10분에 걸친 음식테스트에서 ‘높은 보살핌’을 받은 쥐들은 평균적으로 4분 정도 머뭇거리다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2분이 넘도록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적은 보살핌’을 받은 쥐들은 음식을 입에 댈 용기를 내는데 평균 9분 이상 걸렸고, 그나마 몇 초 동안만 먹어보는 데 그쳤다.

요약하면, ‘높은 보살핌’을 받은 H그룹 쥐들이 미로 빠져나오기도 잘했고 사회성도 좋았으며 호기심도 더 왕성했다. 공격적 성향도 약했고 자기통제능력도 나았으며 더 오래 살았다. 연구팀은 스스로도 연구결과에 놀랐다. 어릴 때의 양육 스타일에서 아주 사소하게 보였던 차이 즉 어미 쥐가 핥고 쓰다듬어준 차이가 몇 달이 지나 성장한 쥐들의 행동양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중에 뇌에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부분의 크기와 모양 등에서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도 밝혀냈다.

미니 교수팀은 H그룹에서 새로 태어난 새끼 쥐를 L그룹 어미 쥐에, L그룹에서 태어난 쥐를 H그룹 어미 쥐에 집어넣어 길러보는 ‘교차양육’ 실험도 여러 번 실시했다. 어떤 식의 순서를 선택하든 어떤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든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새끼 쥐를 보살피는데, 실제 새끼 쥐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상관이 없었고, ‘양육’하는 어미 쥐의 쓰다듬기와 핥아주기가 결정적이었다. 인간에게 적용되는 다양한 연구들 역시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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