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응급실서 주취자 지속 난동…현장 대응방안 시급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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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  발행일 2019-02-22 제7면   |  수정 2019-02-22

[포항] 포항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지속적으로 난동을 부려 의료진과 환자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이 남성이 흉기를 품은 채 병원 문을 드나든 것으로 드러나 응급실 의료진·환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1일 밤 세 차례 찾아와
입원·수면제 요구하며 폭언
“누군가 다친다” 협박에 욕설
간호사가 기지로 흉기 빼내

20일 이 종합병원에 따르면 50대 A씨는 지난 17일 오후 이 병원을 찾아 와 다짜고짜 입원을 요구했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당시 술을 먹은 상태에선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A씨에게 알렸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나를 이대로 놔두면 누군가 다친다” “칼부림이 나야 끝나겠네” 등 지속적인 협박과 폭언을 퍼부었다. A씨는 병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귀가 조치됐다.

문제는 A씨 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1시40분쯤 술에 취한 A씨가 다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와 수면제 처방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날 한 간호사는 A씨 혈압을 재기 위해 외투 탈의 과정에서 옷 안에 든 흉기를 발견했다. 간호사는 흉기를 보자 덜컥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A씨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몰래 흉기를 빼내 더 큰 화를 모면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밤 10시쯤에도 술에 취한 채 병원을 찾아 와 처방을 요구했다. 거절을 당하자 병원 의자·문을 발로 차고 욕설을 내뱉는 등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에서 풀려난 지 얼마되지 않은 A씨는 이튿날인 21일 오전 2시10분쯤 또다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와 폭언을 하다가 거듭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병원 관계자는 “야간 근무 땐 항상 불안하다. 환자를 보는 것보다 술에 취해 폭언을 일삼는 환자가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파출소에 연행됐다가 얼마되지도 않아 또다시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는 것을 보면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법치국가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A씨가 물건을 부수거나 의료진을 상대로 직접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아 귀가조치했다”면서 “단순 주취 경우엔 형사입건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주취난동이 의료진은 물론 다른 환자 안전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현장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역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공의는 “대부분의 경찰은 술에 취한 환자를 설득해 돌려보내고 있다. 단순 주취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진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거나 문제가 있을 땐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거나 처벌 조항을 더욱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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