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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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5 07:42  |  수정 2019-04-15 07:42  |  발행일 2019-04-15 제24면
[문화산책] 아카이브
김기수<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아카이브란 무엇일까. 아카이브는 어떻게 구성되고 왜 중요할까. 오늘날 우리는 휴대폰의 기술적 발달로 인해 누구나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아카이브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나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및 지역 근대사에 대한 아카이브가 부실한데 그 연유는 표면적으로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지속된 이념적 경직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여하튼 근대사에 대한 아카이브의 부실은 바로 근대사 서술의 편향과 왜곡으로 직결된다. 아카이브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역사 서술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아카이브란 역사적 기록물을 모아놓은 것이자, 곳이다. 그런데 개인이나 사회, 국가의 주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을 축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아카이브가 필요한 것이다. 요컨대 아카이브의 구성에는 불가피하게 ‘선택’의 관점이 개입하게 된다. 이것이 아카이브의 핵심이자 속성이다. 아카이브(archive)는 어원적으로 만물의 ‘시작’과 ‘명령’을 동시에 뜻하는 그리스어 ‘아르케’로부터 파생된 용어인데, 이러한 아르케를 관장하며 ‘법칙’을 지정하고 그것의 ‘권위’를 독점하는 사람이 바로 아르콘(archon), 즉 집정관이다.

문제는 이러한 속성을 갖는 아카이브가 절대적 객관성의 권위체로 둔갑하며 시민으로 하여금 맹신하도록 작동하는 데 있다. 이러한 아카이브의 객관성의 신화를 벗겨낸 이들이 바로 탈구조주의 철학자인 미셀 푸코와 자크 데리다 등이다. 이들에 따르면 모든 아카이브는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이나 기관의 관점 또는 이해로부터 결코 독립될 수 없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것이다. 가령 개인사의 경우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특히 선을 본다든지, SNS에 올리는 경우, 또는 존경하는 이의 추모책자를 발간할 때 등. 이와 같이 개인의 아카이브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역사가 어떻게 구성되고 쓰이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이든 기관이든 아카이브를 구성할 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잘라내고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구성된 아카이브로서는 나의 진정한 과거도, 국가의 온전한 역사도, 나와 조국의 현재 참모습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시민이나 기관에 요구되는 것은 ‘용기’와 ‘진정성’이다. 민족주의나 신자유주의에 편승해 화장기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할 것인가. 개인의 경우는 선택지일 수 있지만 공공기관의 아카이브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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