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보이스피싱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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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6   |  발행일 2019-04-26 제38면   |  수정 2019-04-26
젊은층도 낚이는 ‘그놈’의 목소리

두 건의 상담 내용은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사례의 홍길동은 자신의 금원인 5천만원을 송금했다. 아마 그는 자신의 금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지인으로부터 금원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함께 생기기 마련이다. 그나마 인출책을 검거하여 송금한 금원을 반환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계좌 역시 대포통장이거나 명의 대여한 계좌라서 계좌 명의자를 상대로 한 판결문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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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대출 가능, 거래내역 확인 송금 유인
추가대출 빌미, 가상화폐 이체 이용한 미끼
고도화된 점조직…피해자가 범죄자 될 수도
피해액 눈덩이, 수사 단서조차 찾기 쉽지않아
실업난·경제 어려움, 검은손길 유혹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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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례의 김두한씨는 자신의 계좌를 명의 대여해주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조한 범죄자의 지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다만, 김씨는 스스로는 억울함 점이 있을 것이다. 김씨는 대출팀으로부터 금융거래 내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본인의 계좌로 입금된 금원이 모두 대출팀의 직원 명의라니 순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금융거래 내역은 새로운 영역이라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돈을 요구하는데, 김씨의 경우에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 본인이 피해를 입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단순히 계좌이체만 해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본인은 피해자가 아닌 보이스피싱의 범죄자가 된다고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본인이 딱히 이득을 얻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본인은 그저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 했다. 쉽게 이야기해서 김씨는 범죄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몰랐다(법률적으로 고의가 없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법원의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범죄자로 형사상 처벌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사례를 비슷한 시기에 상담을 하다보니, 두 사례가 교묘히 이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홍길동이 보이스피싱범의 지시에 따라 김씨의 계좌로 금원을 입금하며, 김씨는 홍길동이 당연히 대출팀의 팀원이라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김씨는 홍길동이 입금한 금원을 보이스피싱범의 지시에 따라 금원을 옮기고 이를 가상화폐로 교환하면, 보이스피싱범은 제3자를 통하여 인출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은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그 수단이 점점 고도로 발전해 한순간에 피해자는 물론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경찰서에서 주최한 행사에서도 보이스피싱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살인, 강도, 절도 등 과거 강력범죄들은 이제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범죄가 되었다고 하면서 최근 동네 구멍가게에서 6만원을 강취한 강도범은 5시간 만에 체포하였는데, 보이스피싱을 통해 1억5천만원을 편취한 사기범은 수사의 단서조차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이스피싱의 특정한 범죄수법에 대해 경찰이 홍보하는 순간 그 수법은 과거의 범죄수법이 되고 보다 발전된 수법으로 보이스피싱을 통해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한다고도 하였다.

경제가 어렵고, 양극화된 사회 구조 하에서 청년들 역시 보이스피싱에 있어서 자유로운 몸이 아니다. 특히 앞선 사례에서처럼 한순간에 청년들도 판단이 흐려져 피해자 혹은 범죄자로 전락해 버린다. 무엇보다 조그마한 용돈을 벌기 위해 통장거래 및 현금운반책 역할을 하는 경우, 청년들의 청춘은 검은색으로 물들고 만다. 보이스피싱을 이 사회에서 뿌리 뽑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이상한 점이 있을 경우 타인에게 물어보면 충분히 보이스피싱의 검은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본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법률 관련 이야기는 제외하고 청년(혹은 청춘)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필자의 직업에 충실한 내용을 적기로 결심했다. 최근 상담한 내용이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범죄들이었으며, 상담 관련자들이 모두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1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던 홍길동(가명)은 매번 갱신할 때마다 치솟아 올라가는 대출이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최근 장사가 잘 안 되고 최저임금 등의 상승으로 가게 운영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자가 올라가고 있으니 사업하기가 더욱 힘겨웠다. 그러던 도중 알 수 없는 번호로 ‘저금리 대출 가능’이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홍길동은 처음에는 스팸문자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으나, 점차 ‘한 번 상담이나 받아보자’고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길로 5천만원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계좌로 송금을 하였다. 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대출의 상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금융 거래내역을 만들면 조금 유리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이미 홍길동이 송금한 돈은 반환받을 수 없게 됐다.

#2 1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두한(가명). 거래 업체가 최근 외상거래를 하고 미수를 만들고는 그대로 파산을 해버렸다. 외상거래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 김씨. 어쩔 수 없이 추가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추가 대출 가능’이란 문자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씨는 전화로 추가대출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였다. 대화를 해보니 김씨의 돈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대출과정도 간단히 진행되었다. 직접 은행에 가서 새롭게 계좌를 만들어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대출팀의 직원 명의로 돈이 들어갈 것이고, 그 돈으로 지정하는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된다는 것이다. 금융거래 내역을 만들기 위한 것인데,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통해서 거래 내역을 만드는 것이 신용등급 조정에 있어서 보다 유리하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김두한은 본인의 계좌로 들어온 금원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하고 다시 팔고, 다른 대출팀원의 명의 계좌로 가상화폐를 전송 해주고를 반복하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필요한 돈은 1천만원이었는데, 본인의 통장에 기재된 금액은 3억원이 넘어가고 있었고, 가상화폐로 송금해 준 금액도 3억원에 육박하고 있었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김씨는 즉시 송금을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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