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국가대표 글쟁이들의 귀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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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6 07:51  |  수정 2019-05-06 08:36  |  발행일 2019-05-06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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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의미도 특별한 기준이 없다고 하지요. 다만 열심히 쓰고 또 쓰는 일만이 글을 잘 쓰게 하고, 어떤 글이 더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죠.

우리 시대 최고의 인문교양 글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문학 저술가 정민 교수의 글쓰기 비법은 누구나 한번쯤 눈여겨보면 좋을 거예요. 그에게서 글쓰기란 ‘즐거운 놀이’라고 여긴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띄네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즐기면서 하는 것에 못 따른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말입니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할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IT의 발달이 극점을 향해 치닫고 지식기반사회, 콘텐츠의 시대이므로 인문학적 콘텐츠의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졌기 때문에 그 사회적 경제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문학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 꽃피울 때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아이디어 창고 부자입니다. 무엇이든 자료를 수집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보관합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의 글을 쓰든지 참고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게 보관합니다. 글쓰기에 있어서 그런 자료들은 글의 신뢰성과 함께 독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요. 글쓰기의 목적은 반드시 ‘소통’을 추구하니까요.

그는 책을 쓸 때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대중은 그의 글은 문체가 매끄럽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글쓰기에서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요시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대신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은 나눈다고 하죠. 그리고 글을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을 꼽습니다. 아무리 공 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도려냅니다. 대개 자신만의 표현법이나 말 하고자 하는 문구를 놓고 스스로 만족하여 삭제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런 다음 ‘낭독’을 꼽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무조건 세 번 정도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강조하지요. 자신은 원고를 넘기기 전 마지막엔 아내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 후 읽어가다가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 문장은 잘못 되었다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빼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설가 조정래 작가도 아내인 김초혜 시인에게 꼭 마지막 검열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언어의 미학과 객관성을 중요시하여 소통, 또는 공감의 의무를 다하자는 것이기도 하지요.

정민 교수는 제자들에게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 정도만 줄여 보라’고 조언합니다. 글의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그의 글쓰기 지론이자 글 잘 쓴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령은 ‘종결어미’ 관리입니다. 종결어미만 가다듬어도 글 전체의 느낌과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다(이다)’ ‘~있다’ ‘~것이다’ 의 세 가지를 적합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죠. 반드시 자기가 쓴 글을 출력해 모든 종결어미에 동그라미를 쳐서 무엇을 가장 많이 쓰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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