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원인 ‘미세아교세포’만 골라 염색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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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7   |  발행일 2019-05-07 제9면   |  수정 2019-05-07
형광물질 개발 성공…실시간 관찰길 열려
포스텍 장영태 교수팀 등 참여
치매치료에 한발짝 더 다가가
“후속연구로 치료제 개발 기대”
뇌질환 원인 ‘미세아교세포’만 골라 염색

뇌질환 원인을 관찰할 수 있는 형광분자가 최초로 개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텍은 6일 장영태 화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복잡계 자기조립연구단 부연구단장·사진)팀·제현수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의대 교수·싱가포르 국립바이오이미징컨소시엄(SIBC) 연구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CDr20(Compound Designation red 20)’을 개발, 살아있는 동물의 뇌에서 미세아교세포 활동을 실시간 추적·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세포 중 12%를 차지하는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 면역을 담당한다. 뇌 속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해 뇌세포를 지지하고 과도한 시냅스를 제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세아교세포가 뇌질환 발병·진행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뇌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미세아교세포 추적·관찰이 필수였던 이유다.

기존 살아있는 동물의 미세아교세포를 관찰하는 방법은 형질전환생쥐를 활용하는 게 유일했는데, 오랜 노력과 비용이 들며 임상 연구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공동연구진은 뇌 조직 내 세포 상태와 유사한 뇌세포 배양체를 이용해 다른 세포는 염색하지 않으면서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후보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세포 선택성이 높은 물질을 ‘CDr20’이라 명명했다. 이후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꼬리 정맥에 CDr20을 주입해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이 물질이 미세아교세포만 정확하게 염색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염색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실험 설계를 통한 분석 결과, CDr20의 염색 성능은 ‘Ugt1a7c’라는 유전자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을 밝혀냈다. 본래 형광이 매우 약한 CDr20은 Ugt1a7c효소와 만나면 분자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형광성이 큰 형태로 변화해 강한 붉은색 형광 빛을 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장영태 교수는 “살아있는 개체의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형질전환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표지할 수 있는 최초의 형광물질을 개발한 것”이라며 “다른 뇌세포에서 발현되지 않는 특별한 효소와 반응해 형광을 내는 물질로, 생명 분야의 후속연구로 이어져 궁극적인 뇌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독일응용화학회지 4월30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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