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시동…디지털·현지화 전략으로 아세안 공략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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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8   |  발행일 2019-05-18 제12면   |  수정 2019-05-18
■ 국내 금융사의 신남방 진출
20190518


국내 금융사들이 동남아와 인도 등 신남방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은 생존 차원에서 이 대열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안방이나 다름없던 연고(緣故)지에 대형 시중은행들이 영업망을 넓혀오자 더 이상 터줏대감 노릇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수도권 공략과 함께 연평균 경제성장률 6~7%인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2~3배 높다. 또 한편으론 디지털 플랫폼, 특히 모바일 금융을 강화해 해외시장에서 지방은행의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어보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시중銀 동남아 현지 금융인수·법인설립
작년 국내은행 해외점포 39개국 189개
69%인 131개가 亞…베트남 최다 진출
보험·카드·증권 등 전방위 영업망 구축
DGB금융, 모바일 노하우 활용 승부수


◆시중은행의 신남방행렬

지난 3월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신남방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디지털 분야와 글로벌 분야에 각각 1천200명, 2천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기 동안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를 비롯해 인접한 인도에까지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글로벌 비전도 제시했다. 종전에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지원 차원에서 운영해 온 ‘글로벌 경영 컨설팅’을 아세안 지역과 인도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은 △현지법인 또는 공장 설립을 원하는 기업 △거래처 확보 및 시장 개척을 원하는 기업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절차, 입지 분석, 시장 환경, 노무, 세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종전까지는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신한은행은 1992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베트남 사무소를 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30개 지점으로, 외국계 은행 중 최다 채널을 보유 중이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현지법인으로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베트남우리은행, 우리웰스뱅크필리핀, WB파이낸스(캄보디아) 등을 두고 있다. 이 중 가장 최근 인수한 법인은 WB파이낸스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 현지 소액신용대출법인인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해 명칭을 바꾼 것. 지점 수는 100여개이고, 직원은 1천300여명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농협파이낸스 캄보디아’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소액대출 법인을 인수했다. 이로써 농협은행의 해외네트워크는 6개로 늘어났다. 이 중 신남방지역에는 베트남 하노이(지점), 미얀마(법인), 인도 뉴델리(사무소) 등이 포함됐다. 내년엔 인도 노이다 지점을 개점하고, 인도네시아 진출도 검토한다고 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프놈펜 지점을 개점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2015년 1월 프놈펜 사무소를 개설한 지 4년여 만의 성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은행의 해외점포수는 189개(39개국)이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16), 인도(15), 미얀마(12), 홍콩(11) 순이다. 대륙별 분포를 보면 아시아가 131개로 전체 해외점포의 69%를 차지한다.

한편 국내은행의 해외점포의 당기 순이익은 9억8천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2%(1억7천900만달러)나 늘었다. 국내은행 당기 순이익(13조8천억원)의 8.0% 수준이다. 이들 해외 점포 총 자산은 1천142억5천만달러이고, 점포 등급은 인도네시아 현지 점포가 1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DGB금융의 현지화 전략

대구경북지역 토종금융사인 DGB금융그룹은 글로벌진출 사업의 핵심 거점지로 ‘캄보디아’를 지목했다. 이에 지난해 1월 인수한 프놈펜에 위치한 DGB특수은행(여신전문)을 수신업무도 가능한 ‘상업은행’으로 전환시킬 방침이다.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려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수신업무가 가능해지면 현지인을 대상으로 보험·카드·증권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대구은행은 프놈펜 인근 도시에선 현지인 대상 소액신용대출을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회사(MFI·법인)도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대상을 물색 중이며, 올 연말까지는 인수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에는 해외금융사의 인수합병이 어려운 점을 감안, 현지에 법인을 신규 설립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미얀마 ‘바고 주(州)’에 MFI를 설립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에는 이미 신청절차를 완료했고, 최근 미얀마 현지 금융 당국에도 MFI 설립을 위한 라이선스 신청을 모두 마쳤다. 올해 3분기(7~9월)내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DGB캐피탈은 미얀마의 경제수도인 ‘양곤’에 자동차리스사(NBFI)를 설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일단 현지 사무소부터 개소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얀마는 외국계 금융사엔 NBFI사업을 아직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내 규제가 완화될 움직임이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는 이르면 올 10월쯤 지점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12월 사무소가 개소된 지 5여년 만이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대구은행측에 지점인가 확인서(CL:Confirmation Letter)를 보냈다. 통상 현지 금융당국이 CL을 보내면 1년 이내에 정식 허가가 난다.

라오스에는 2016년말 DGB캐피탈이 DLLC 법인을 설립, 자동차할부금융업을 하고 있다. DGB금융측은 내부적으론 지점보다는 현지 법인을 인수하거나 신규로 법인을 설립하는 게 이득이 많다고 본다. 이는 해외진출시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써야 안정적 영업이 담보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1월 현지 법인을 설립해 출범한 캄보디아의 DGB특수은행은 현지 여신업 전문 특수은행 15곳 중 자산규모 2위로 뛰어올랐다. 직원을 모두 현지인으로 채용한 것이 주효한 것이다. 반면 대구은행 상하이지점은 개점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현지화 전략부재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해외진출시 성공의 키는 현지화전략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지 인력채용이 쉽지 않은 해외지점(점포) 개점보다 현지 기존 법인을 인수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미 인프라(점포)가 깔려있고, 해당지역 문화에 친숙하면서 금융업무 노하우가 축적된 현지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이러한 현지화 토대 위에서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연계시키면 동남아지역 모바일 금융 전략도 한층 약발이 먹힐 것으로 DGB측은 보고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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