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늙지 않는 비밀’(TELOMER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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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38면   |  수정 2019-05-24
노화의 척도 ‘텔로미어 길이’ 긍정 마인드로 조절할 수 있다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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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이 책이 손에 잡히는 것을 보면 “아!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사람은 왜 저마다 다르게 나이를 먹을까.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실 친구들 중에도 무척 늙어 보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젊어 보이는 친구도 있다.

저자 엘리자베스 블랙번 여사는 2009년에 연구 동료들과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말이니 더욱 신뢰성이 갈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나 질병에 의한 사망 말고, 자연사하는 ‘세포 노화’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것을 제시한다. 텔로미어는 우리의 세포 염색체 끝에 붙어있는 DNA 조각이라고 한다. 이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닳아서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보면(재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세포가 얼마나 노화되었는지 그리고 언제 죽을지를 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세포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개발된 셈이다.

물론 텔로미어가 어떤 작용을 거쳐 짧아지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수명이 짧아지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아예 분열을 멈춘다는 것이다. 세포의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텔로미어는 분열 주기와 복제를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더 이상 스스로를 재생할 수 없고 그 세포는 늙어가서 결국 죽게 된다.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진행 과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블랙번 여사는 놀랍게도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텔로미어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효소를 끌어들여서 DNA를 덧붙이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이 효소를 ‘텔로머라아제’라고 이름 붙였다.(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분리 추출하면 불로장생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 효소를 인위적으로 증가 투입하면 텔로미어는 길어질 수 있지만, 여러 종류의 암 중 어느 것에 걸릴 위험까지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힌다. 이런 위험을 배제한 효소를 추출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데 희망이 있다.

블랙번은 그보다도 전통적인 여러 가지의 건강 방법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스트레스가 심하면 심할수록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애쓰기보다 “그래, 해보자!”하고 도전 반응으로 대항한다면 텔로머라아제가 나와 텔로미어가 훨씬 덜 짧아진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언어적 거리두기’나 ‘시각적 거리두기’로 자기를 위협하는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덜 닳게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어봄으로써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 또한 비관적인 사람, 적대감을 가지는 것, 고도의 분노와 같은 우리들의 사고습관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책에서 탄력적 사고를 돕는 한 가지의 방법으로 ‘자기연민’을 들고 있다. 자기 자신을 향한 친절함,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인식, 굴복하지 않으면서 힘겨운 감정을 직시하는 능력을 가지면 텔로머라아제의 수치가 높고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진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나 충분한 수면도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켜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끼친다. 모든 것이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는 상식과 부합한다. 새로울 것이 별로 없지만, 그 모든 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재어 보아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헬스장 표를 끊었으며, 나이가 들수록 6~7시간을 자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하루에 4~5시간만 자던 습관을 버리고 새벽에 한두 시간을 더 자려고 애를 쓴다. 이때까지 의사들이 수없이 말해왔던 건강 비결이 이제 텔로미어라는 과학적 측정치로 하나씩 증명되니 더욱 믿지 않을 수 없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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