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새마을 여인상 대상에 황명자씨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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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08:20  |  수정 2019-06-18 09:10  |  발행일 2019-06-18 제28면
영양군 수비면 새마을부녀회장
삶의 역경 새마을정신으로 극복
20190618

영양군 수비면 수하2리 새마을부녀회 황명자 회장(59)이 ‘2019년 경북도 새마을여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9일 오후 2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황명자 회장은 사라호 태풍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1959년 가난한 가정에서 5남매 중 유일한 여자 아이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새마을 정신으로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자였다.

“할아버지가 씨암탉을 잡아 손자만 약이라고 먹게하였지요. 그때부터 여자로 태어난 힘든 삶의 시작이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배움에 한이 맺혀 서울로 두 번이나 도망을 갔지만 다 잡혀왔어요. 공부가 하고 싶어 도망친 동생에게 오빠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얌전히 있다가 때가 되면 부잣집에 시집이나 가라고 했지만 그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황 회장이 결심한 것이 새마을운동이었다. 4-H 지·덕·노·체를 거울 삼아 마을을 가꾸고 봉사하고 농사기술도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울진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1979년 스무살에 결혼을 했다. 땅 한평도 없이 남의 산소를 관리하는 게 전부였다. 더욱 힘든 건 남편의 술과 도박으로 살길이 막막했다.

“아이가 셋이니 먹고 살길이 막막했어요.” 황 회장은 아이들 인생까지 망치겠다는 생각에 큰아들을 먼저 서울 친지 집에 보내고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지인의 소개로 식품회사 제분공장에 취직하면서 새 생활이 시작되었다.

휴일, 야간작업도 마다않고 일하며 10여년간 고향에 발걸음을 끊었다. 새마을정신으로 무장된 터라 그녀는 입사 1년 만에 총책임을 지는 기술자로 인정받았다. 서울생활 23년 중 공장장 15년을 하면서 결근 한번 없었고 아이들도 휼륭하게 키웠다. 그러나 남편은 고향에서 낙상사고로 인한 하반신 수술과 위암수술 등 사고가 끊일 날이 없었다. 결국 황 회장은 2011년 10월에 귀향했다.

귀향 후 새마을부녀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새마을부녀회장직을 맡고 있다. 새마을정신을 바탕 삼아 분열된 동네를 소통과 배려가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련원 꽃밭매기, 쓰레기청소, 마을꽃길 조성, 농약병수거, 헌옷수거, 폐비닐·고철 수집 등 돈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은 게 없었다. 덕분에 기금도 많이 모아졌다. 그는 이같은 열정을 인정받아 면부녀회 총무로 추대되기도 했다.

“수비면새마을부녀회는 무슨 일만 있으면 선착순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나갑니다. 전국 최고 부녀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황 회장의 말처럼 부녀회 회원들은 한몸이 돼 지역에 봉사하고 어르신 공경에 앞장서고 있다. 어르신을 위한 정월대보름 윷놀이, 회원생일알리미, 칠순케이크도 빼놓지 않는다. 여름철 삼복행사와 할머니 목욕봉사 역시 거른 적이 없다. 모두 황 회장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됐다.

황 회장은 “직업에는 귀천이 따로 없고, 새마을은 가방끈의 차이가 없고, 봉사에는 금수저, 흙수저가 따로 없다.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남편도 건강을 되찾아 함께 새마을지도자로 봉사하고 있다.

영양=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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