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수비면 수하2리 새마을부녀회 황명자 회장(59)이 ‘2019년 경북도 새마을여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9일 오후 2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황명자 회장은 사라호 태풍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1959년 가난한 가정에서 5남매 중 유일한 여자 아이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새마을 정신으로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자였다.
“할아버지가 씨암탉을 잡아 손자만 약이라고 먹게하였지요. 그때부터 여자로 태어난 힘든 삶의 시작이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배움에 한이 맺혀 서울로 두 번이나 도망을 갔지만 다 잡혀왔어요. 공부가 하고 싶어 도망친 동생에게 오빠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얌전히 있다가 때가 되면 부잣집에 시집이나 가라고 했지만 그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황 회장이 결심한 것이 새마을운동이었다. 4-H 지·덕·노·체를 거울 삼아 마을을 가꾸고 봉사하고 농사기술도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울진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1979년 스무살에 결혼을 했다. 땅 한평도 없이 남의 산소를 관리하는 게 전부였다. 더욱 힘든 건 남편의 술과 도박으로 살길이 막막했다.
“아이가 셋이니 먹고 살길이 막막했어요.” 황 회장은 아이들 인생까지 망치겠다는 생각에 큰아들을 먼저 서울 친지 집에 보내고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지인의 소개로 식품회사 제분공장에 취직하면서 새 생활이 시작되었다.
휴일, 야간작업도 마다않고 일하며 10여년간 고향에 발걸음을 끊었다. 새마을정신으로 무장된 터라 그녀는 입사 1년 만에 총책임을 지는 기술자로 인정받았다. 서울생활 23년 중 공장장 15년을 하면서 결근 한번 없었고 아이들도 휼륭하게 키웠다. 그러나 남편은 고향에서 낙상사고로 인한 하반신 수술과 위암수술 등 사고가 끊일 날이 없었다. 결국 황 회장은 2011년 10월에 귀향했다.
귀향 후 새마을부녀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새마을부녀회장직을 맡고 있다. 새마을정신을 바탕 삼아 분열된 동네를 소통과 배려가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련원 꽃밭매기, 쓰레기청소, 마을꽃길 조성, 농약병수거, 헌옷수거, 폐비닐·고철 수집 등 돈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은 게 없었다. 덕분에 기금도 많이 모아졌다. 그는 이같은 열정을 인정받아 면부녀회 총무로 추대되기도 했다.
“수비면새마을부녀회는 무슨 일만 있으면 선착순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나갑니다. 전국 최고 부녀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황 회장의 말처럼 부녀회 회원들은 한몸이 돼 지역에 봉사하고 어르신 공경에 앞장서고 있다. 어르신을 위한 정월대보름 윷놀이, 회원생일알리미, 칠순케이크도 빼놓지 않는다. 여름철 삼복행사와 할머니 목욕봉사 역시 거른 적이 없다. 모두 황 회장의 솔선수범에서 비롯됐다.
황 회장은 “직업에는 귀천이 따로 없고, 새마을은 가방끈의 차이가 없고, 봉사에는 금수저, 흙수저가 따로 없다.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남편도 건강을 되찾아 함께 새마을지도자로 봉사하고 있다.
영양=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배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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