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P2P대출 ‘관리는 사각지대’…법제화 시급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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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2   |  발행일 2019-06-22 제12면   |  수정 2019-06-22
■ ‘제도권밖 금융’ P2P시장
20190622

유망 핀테크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개인간(P2P)금융서비스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P2P금융은 돈을 빌리려는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P2P금융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제도권 금융에 편입돼 있지 않아 금융당국의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렇다 보니 허위대출, 사기 등 각종 불법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안정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금융당국 및 정치권의 법제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예·적금보다 고수익률로 폭발적 증가
국내 도입 4년만에 누적대출 4兆 돌파
허위대출·사기 등 각종 불법에 무방비

부실관리·경기침체 연체율 8.50%‘쑥’
민원도 작년 30배 이상 급증 문제 속출



201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P2P금융대출은 해마다 그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부동산 열풍과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에 P2P금융이 탑재되면서 플랫폼이 다변화하자 이용자수가 늘어난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을 내보겠다는 심리도 작용한다.

P2P대출은 불특정 다수가 개인 또는 법인에 대출해주는 신개념 대출방식이다. P2P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 사업내용, 차주 신용도, 투자 수익률 등을 공시하고, 여러 대출자에게 투자금을 모집한 뒤 대출해준다. 투자자는 대출이자로 수익을 얻고, P2P업체는 차주와 투자자로부터 대출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보면 시중은행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대출 연체가 발생해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하면 원금을 떼일 우려가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회원사 44곳의 누적대출액은 4조18억원이다. 2017년 6월에 누적대출액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3개월 만에 4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여기에 같은 달 개인신용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마켓플레이스협회 소속 P2P금융사 5개사의 누적 대출액까지 더하면 국내 P2P금융업체 총 누적대출액은 4조8천211억원에 달한다. 5조원대에 육박하는 규모다. 4월 기준 누적 대출액 증가율도 전달에 비해 6.1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부동산 중심으로 성장해 온 P2P시장은 최근 소상공인 대출투자, 개인신용대출 등에서도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다.

◆잦은 불법행위로 위기 봉착

하지만 최근 P2P시장은 덩치가 커지는 만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P2P금융협회 소속 P2P금융업체들의 평균 연체율은 8.50%를 기록했다. 2016년 6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2월 5.79%였던 연체율은 올해 1월 6.79%로 오른 데 이어 2월(7.54%)엔 7%대를 넘어섰다. 3월(7.07%)에 다소 주춤했지만 4월에 8%대로 뛰어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1.77%) 연체율과 비교하면 5배가량 높다. 지난달 연체율이 7.30%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연체율은 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상환이 지연된 금액 비중을 의미한다. 평균 8%대란 수치 자체가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체별로 편차가 크고 통상 업계에서 ‘위험’ 수준으로 보는 20% 기준을 넘는 업체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협회 소속사 중 절반인 23곳은 연체율 0%이지만, 20%를 넘긴 곳이 8개사에 달한다. 연체율이 100%여서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연체율이 계속 높아진 것은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을 주로 하던 업체들 위주로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부실대출 위험이 커지고, 대출연체가 늘어나 P2P금융사는 파산하고 만다. P2P금융사가 갑자기 사업을 접으면 결국 투자자들은 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P2P 관련 소비자 민원 건수는 1천867건이다. 전년도(62건)보다 무려 30배 이상 늘었다. 시장 확장성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다.

◆법제화 통해 제도권 편입시켜야

이처럼 부실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가운데 곳곳에 사기, 유용, 전자결제 시스템 조작 등 불법행위가 적발되고 있다.

협회는 공익신고 포상금 총 2천만원을 책정하며 자정노력에 힘을 쏟지만 온전한 해법은 될 수 없다. P2P금융에 대한 법제화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이유다. P2P업체는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통신판매업자여서 금융당국이 사전에 문제점을 감지하고 직접 제재를 할 권한이 없다.

이달 초엔 투자 대상 건설사업을 맡은 시공사가 신탁회사로부터 공사대금 지금 확약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를 확보한 것처럼 속여 투자자 3천여명으로부터 100억원을 가로챈 이들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탓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만기가 도래해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P2P대출업체를 운영하며 투자금 모집 및 대출과정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고의로 조작, 수억원을 빼돌린 30대 프로그래머도 구속됐다.

투자자와 대출 신청자가 여럿이어서 이들을 관리하고 횡령 등을 막기 위해선 대출자금은 ‘세이퍼트’라는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세이퍼트는 사전 공지된 목표액만큼 돈이 모이면 그 돈은 대출 차주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업체측은 투자금이 ‘세이퍼트’ 관리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투자 모집 프로그램을 조작, 목표액을 높게 조정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출금명령을 조작 입력해 돈을 빼돌렸다.

금융당국은 앞서 2017년 P2P 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 대출채권 공시를 강화하고 투자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험을 보지 못했다. 이에 당국은 P2P금융 법제화를 추진해왔고, 업계 역시 누구보다 법제화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온라인 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대출 거래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 등 총 5건이다. △P2P의 정식 금융업 규정 △자기자본요건 3억→10억원 확대 △동일 대출한도를 P2P업체 대출잔액대비 10%로 제한 △기관투자가 및 금융사의 P2P투자허용 관련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겨있다.

당초 올 상반기중에 국회통과가 예상됐지만 국회가 계속 공전하면서 법안은 낮잠만 자고 있다. 이로써 P2P금융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모호한 상황에 놓여 있다. 법제화가 되면 규제는 많아지겠지만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가능하고 투자자들 역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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