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원전기술 유출 논란

  • 김기억
  • |
  • 입력 2019-06-22   |  발행일 2019-06-22 제23면   |  수정 2019-06-22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같은 최고의 산업기술은 국민의 먹거리 역할을 하는 만큼 개발 못지않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 2년째를 맞은 최근 한국형 원전 핵심기술 유출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신문은 지난 18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자로 APR-1400 핵심기술이 한국수력원자력 퇴직자를 통해 UAE와 미국계 원전업체에 유출됐다는 첩보가 접수돼 국정원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출이 의심되는 핵심기술은 ‘냅스’(NAPS, Nuclear Application Programs)로 원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원자력응용프로그램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이 20여년간에 걸쳐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기술이다. UAE에 수출된 바카라 한국형 원자로의 독점 운영·정비 계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초 정부는 바라카 원전의 정비를 독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UAE는 우리나라의 독점권을 배제하고 미국·영국기업에도 나눠서 하도급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 이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면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은 이 보도와 관련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냅스는 유출된 것이 아니라 한국전력기술의 동의와 원자력통제기술원의 허가를 받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아랍에미리트원자력에너지공사(ENEC) 등에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퇴직한 직원은 2015년 이직해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는 것을 애써 강조했다. 다만 수사가 이루어지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전기술 유출이 탈원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언론 보도처럼 원전 핵심기술이 유출됐을 수도, 한수원의 해명처럼 정상적으로 제공됐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원전 핵심기술 유출 위험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2년을 지나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 직전에 놓여있다. 더 이상 국내에 원전이 지어지지 않으면 기술인력들은 해외로 진출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핵심 기술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한수원 퇴직자들은 국내 기업 취업 때는 3년간 제한을 받지만 해외 취업 때는 전혀 제한받지 않는다. 사실상 해외 기술 유출 무방비 상태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