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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개시장 대구 칠성시장도 내년‘운명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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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승규기자 이현덕기자
  •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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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포 개시장이 폐업을 확정한 가운데 3일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리는 대구 북구 칠성원시장에는 평소와 같은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아래쪽은 지난 5월25일 칠성시장에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대구동물보호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영남일보 DB>
3일 오전 11시쯤 대구 북구 칠성원시장 내 개고기 골목. 미로처럼 얽힌 5m 남짓한 좁은 통행로 사이에 개고기 판매점과 보신탕집, 건강원 등 20여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개고기를 삶으면서 생기는 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보신탕집에는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자 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식당 앞 냉장고에는 개고기를 부위별로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경부선 철도쪽 도로변에는 개를 사고파는 판매장이 즐비했다. 이곳에서 다년생의 큰 개들은 쇠로 만든 철장안에 갇힌 채 진열품 신세로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 갇힌 개들은 사람이 오가도 짖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생기를 잃어버린 개의 큰 덩치와 주변 분위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듯했다.

성남 모란·부산 구포시장 폐업
동물보호단체들 칠성원시장 주시
‘초복’12일 동물보호 집회 검토

일부업소, 시장정비구역에 포함
이르면 오는 9월 사업 승인 결정
내년 하반기 철거공사 시작되면
개고기상권 와해·폐쇄될 가능성

최근 전국 3대 개고기 시장 중 2곳이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으면서 유일하게 남은 대구 칠성원시장의 폐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대구시와 북구청, 동물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60여년간 명맥을 이어온 부산 구포 개시장이 지난 1일 부산 북구청과 구포 가축시장 가축지회의 협약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특히 이번 구포 개시장 폐업은 이전이 아니라 도살은 물론 판매까지 중단하는 완전 폐업으로, 전국 최초다. 이곳의 19개 업소는 10일간의 영업 정리 기간을 두고 오는 11일까지 모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성남 모란시장은 2016년 12월 성남시와 상인회 간 환경정비업무협약을 계기로 일부 점포의 업종전환이 이뤄지면서 개 도축 등 불법사례가 사라졌다. 현재는 시장내에서 소량의 개고기만 조금씩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개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칠성원시장의 개고기 골목에 대한 폐쇄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 단체들도 이제 대구 칠성원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대구동물보호연대와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단체 다솜 등 전국 4개 단체 회원 100여명은 초복인 오는 12일 정오 칠성시장과 대구시청 등에서 ‘동물보호’를 촉구하는 집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동물단체는 이 집회와 별도로 매월 1~2회 칠성시장 일원을 순회하며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오위숙 대구동물보호연대 대표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 칠성원시장에서는 여전히 도축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대구도 개고기 판매 중단 결정을 이끌어 내고자 관할 지자체와 상인 등과 계속해 대화의 장을 열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과 성남 등과 달리 해당 지자체가 나서 폐업을 유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칠성원시장 개고기 시장 일부를 포함한 시장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중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개고기를 파는 일부 업소가 ‘칠성원경명상가 시장정비사업’ 구역(오피스텔·예식장 판매시설 등)에 포함되면서 개고기 골목 상권과 집단화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해당 조합은 지난 6월 북구청에 사업인가를 신청했으며 이르면 9월 사업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조합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내년 하반기 철거공사에 들어가 2023년 하반기 완공하게 된다. 이런 사업 진행에 따라 개시장 폐쇄 결정이 전격적으로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개고기가 오랫동안 내려온 우리의 음식 문화 중 하나이긴 하지만, 상당수의 주변 상인들은 개고기 영업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분위기도 변화된 만큼 시장정비사업에 맞춰 전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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