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탈코르셋과 노브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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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4   |  발행일 2019-07-24 제31면   |  수정 2019-07-24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명장면이 있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유모의 도움을 받아 안간힘을 써가며 코르셋을 착용하는 장면이다. 최대한 허리를 가늘게 보이려 코르셋을 죄는 스칼렛 오하라는 그 가는 허리 덕분에 뭇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80년 정도 흘렀다. 2017년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주인공 벨 역으로 출연한 엠마 왓슨은 아주 화려한 드레스 안에 코르셋을 입지 않았다. 진취적인 여성으로 나오는 벨에게 여성의 몸을 제한하는 코르셋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엠마 왓슨의 선택이었다. 흔히 말하는 ‘탈코르셋’을 실천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로서의 행보를 이어온 엠마 왓슨의 소신있는 행동이었다.

탈코르셋 운동은 과거 여성속옷을 대표하는 코르셋을 벗어던진다는 의미로,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으려는 운동이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성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여성들이 건강을 해쳐가며 착용한 코르셋을 벗어던짐으로써 여성 자신의 주체성과 자유를 찾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성을 포함해 남에게 보이는 몸매보다 자신의 편안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 ‘꾸밈노동 거부’가 패션까지 확산된 것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데 벗어나 자신에게 가치있는 패션을 통해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속옷브랜드가 마른 모델이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모델을 내세운 것이나 바비인형 제조사가 오랫동안 고집해왔던 마르고 볼륨감 있는 몸매의 바비인형에서 벗어나 통통하고 키작은 몸매에 눈과 피부색이 다양해진 인형을 선보인 것도 이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한 아이돌의 노브라 패션이 화제가 돼 호사가들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찬반여론이 팽팽했다. 외국 공연일정을 소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이 연예인의 패션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대판 코르셋이라 할 수 있는 브래지어의 착용은 자신이 결정할 개인적 문제다.

이보다 앞서 노브라 패션으로 주목받았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에게 브라는 액세서리. 오늘은 액세서리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 액세서리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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