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드 다리 절단 알바생 “기구 뒷부분서 뛰어내리려다 미끄러져”

  • 강승규,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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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3 07:11  |  수정 2019-08-23 19:43  |  발행일 2019-08-23 제6면
人災로 확인된 이월드 사고
20190823
대구 달서구청 공무원과 이월드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달서구 이월드에서 놀이기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점검은 지난 16일 이월드 롤러코스터(허리케인)에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구시가 관내 종합, 일반유원시설 3곳의 일제 점검을 결정함에 따라 실시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월드 아르바이트생의 다리 절단 사고는 안전불감증과 잘못된 관행에 따른 ‘인재’로 드러났다.

22일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다리가 절단돼 대구 모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 A씨(22)로부터 사고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경찰 대면조사에서 “사고 당시 놀이기구 뒷부분에 서서 맨 앞 칸 출발지점 승강장에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발이 미끄러졌다. 이어 놀이기구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몸의 균형을 잃어 왼쪽 풀숲으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를 당하던 순간에 대해서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못했다.

警, 피해자 대면조사 진술 확보
“기구가 우측으로 돌때 균형잃어”
직원들“관행”…이월드는 부인
전담수사팀, 내주 중간결과 발표


또 하루에 2인 1조로 40분씩 교대 근무를 해온 A씨는 휴식시간이 되자 놀이기구 밖으로 나가려고 열차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당한 뒤 그는 비명을 질렀고 조종실에 있던 교대 근무자 B씨(20)가 이 소리를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허리케인 놀이기구를 타고 가다 중간에 뛰어내리는 것이 직원들의 관행이었다는 걸 이월드 측에서도 알면서 묵인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이월드 전·현직 직원 10여명을 상대로 이런 행동이 관행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월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B씨와 놀이기구 관리 매니저 C씨(37) 등 현장 관리자 2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경위에 대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탑승객 재미 유발을 위해 피해자가 (뒷공간에 서 있다가 열차 운행 후) 고의로 뛰어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만큼, 곧 사고 전말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다음주쯤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담수사팀은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8명과 성서서 형사과 22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수사팀은 사고 당시 기계를 작동한 아르바이트생 등 전·현직 종사자, 총괄팀장, 매니저 등을 상대로 사고 당시 상황, 근무 수칙, 안전 교육 실시 여부를 조사한다. 이와 함께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찰관 4명을 법률 지원팀으로 편성해 관광진흥법과 안전관리 등 관계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부상이 심해 심리 상담 연계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관계인 수사도 조속히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6시50분쯤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에서 발생했다. 안전요원인 아르바이트생 A씨는 놀이기구 허리케인에 오른쪽 다리가 끼인 채 10m가량 끌려갔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접합 수술에 실패해 오른쪽 무릎 10㎝ 아래 다리를 잃었다. 경찰은 사흘 뒤 국과수와 합동으로 기기작동 여부를 감식했으나 육안상 기계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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