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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수입약재 적발 양한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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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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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도 안전성·유효성 검증절차 의무화해야” vs “품질관리기준 인증된 안전한 약재로만 조제”

최근 관세청이 불량 한약재 등 2천947t을 수입·유통한 업자 등을 적발하자, 의료계와 한의계가 묘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오랜 갈등이 환자 입장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량 한약재를 수입, 대구 등을 포함해 전국 약재시장에 판매한 한약재 수입업체가 세관에 적발되면서 한약재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회가 동시에 철저한 한약재 관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그 이면에는 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측은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한약재 자체를 제대로 검사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반면, 한의사회는 이걸 핑계로 한의학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의협“한약,원산지·성분 표기안해
일반의약품과 같은 기준 적용하라”
한의협“식약처 수입관리 철저해야
한의계 전체문제인듯 침소봉대말라”


◆역대 최대 규모 불량한약재 수입, 유통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입 기준에 맞지 않는 한약재, 효능이 실제 한약재에 미치지 못하거나 효능이 없는 한약재 등 2천947t을 불법으로 들여와 유통한 혐의(관세법과 약사법 위반 등)로 한약재 수입업체 3곳의 임직원 6명을 부산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한약재 불법 수입 사건 중 역대 최대다. 이들이 국내로 들여온 한약재는 오가피, 홍화, 계피, 맥문동, 돼지감자, 현삼, 백출, 진주모 등으로, 시가 127억원에 달했다.

이들 업체가 수입한 일부 한약재의 경우 한약재 품질검사기관의 위해물질검사 결과, 중금속인 카드뮴이 수입 기준(0.3ppm)을 초과한 0.5ppm으로 나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약재 대신 국내외에서 확보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동일한 품목의 다른 한약재를 국외 반송하고,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한 수입 한약재를 서울 경동, 경북 영천약령시장 등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약재시장, 한의원 등에 판매했다고 세관은 밝혔다.

한편 관세청은 2017년 12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보건 사범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지난해 26건, 올해 들어 32건의 법 위반 사실을 단속했다.

◆불량 한약재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이런 사건이 터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촉구하고 한약재 관리가 시급하다”며 “심각한 점은 이러한 불량 한약재가 일선 한의원으로도 유통됐고, 불량 한약재가 유통된 한의원에서 지어먹은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환자가 불량 한약재로 지은 한약을 먹었다고 해도 그것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한의원에서 지어주는 한약은 한약에 포함된 원료나 성분은 물론이고, 한약재의 원산지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원에서 지어주는 한약은 국민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과는 달리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해당 한약이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의협 측은 주장했다.

그들은 또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한약을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보장하겠다는 복지부의 정책방향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겠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협 측은 △의약품을 검증할 때와 같은 기준으로 한약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절차를 의무화할 것 △한약에 대한 조제내역서 발급, 성분표시, 한약재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할 것 △전국 한의원의 한약 및 한약재 관리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허울뿐인 한약재 GMP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사안과 관련, 불법수입 한약재 문제는 국민과 한의사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심각한 사안으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 차원에서 식약처가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보다 철저하고 강력한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한한의사협회는 “전국의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는 hGMP(우수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인증을 받은 안전한 의약품용 한약재를 처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약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을 빌미로 마치 모든 한약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거나 전체 한의계를 매도하는 악의적인 폄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불법수입 한약재건은 이미 2018년 1월에 적발된 것으로 진작에 법적처벌이 이뤄졌어야 한다. 불량 한약재를 단속하면 즉시 회수와 폐기 조치하고 행정처분을 내려야 할 식약처가 지난 1년6개월 동안 고발 이외에 어떤 행정 조치 처분들을 시행했는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관련 업무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는 한약재 유통·관리 전담부서 신설과 해당 인력 대폭 충원, 식약공용품목 즉각 폐지 등 안전한 한약재 공급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한의협은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한약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깨끗하고 안전한 한약재 유통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의료분야 한 관계자들은 “의료계와 한의계 간의 불편한 관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소명이 있는 만큼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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