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I am X generation’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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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  발행일 2019-09-06 제39면   |  수정 2020-09-08
국내 정규음반 최고 판매고, 김건모 3집 286만장 구입한 X세대
[김명환의 뮤직톡톡]  ‘I am X generation’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3집을 출시하며 286만장이란 국내 최고 판매고를 올린 가수 김건모.
<출처=SBS ‘미운 우리 새끼’ 공식 홈페이지>

1994년 문선대(군을 홍보하는 예술단체) 복무시절. 한국의 가요시장을 강타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연습했다. 당시 건반을 연주하며 이 노래를 부르던 고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 노래의 랩과 노래를 함께 소화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거기에 건반 연주까지 했으니…. 그 해 판매된 이 음반의 수는 286만장이었다. BTS(방탄소년단)가 등장하기 전까지 김건모의 3집 음반은 25년간 한국기록으로 남아있다. 물론 BTS는 해외 판매량을 포함해야만 이 기록을 돌파하게 된다.

아직까지 국내 정규음반으로 김건모 3집이 최고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당시 판매고 10위에 랭크된 음반이 183만장. 이때 100만장 음반은 빅뉴스도 아니었다. 역대 한국 음반 판매 순위를 보면 1~10위 모두 1994~2000년 사이에 랭크돼 있다. 이 많은 음반을 구입한 세대가 바로 나를 포함한 X세대다. 70~80년대 태어난 우리들이다.

1집 음반을 고작 1천장 판매하고 2쇄를 찍던 나는 ‘그 많던 음악 애호가들이 다 어디로 갔냐’며 혼자 냉소를 짓기도 했다. 지금쯤 대다수 X세대의 자녀들은 학교에 다닐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중역을 맡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나처럼 사회에 나올 즈음 IMF 외환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2003년 카드대란을 넘으며 결혼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

최근 LP음반을 들려주는 카페들이 몇 군데 생기곤 하지만 2004년 베이비부머들이 유행시킨 ‘7080 열풍’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금은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음반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일도 거의 없다. 얼마 전 신차 매장에 가서 자동차 안에 CD플레이어가 없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매장 직원에게 ‘왜 CD플레이어가 없냐’고 물어봤다. 요즘 신차는 USB로 바뀌었고 CD는 옵션이라 했다. 순간 욱하는 심사 때문에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꼰대’ 소릴 들을까봐 한숨만 쉬고 나왔다.

[김명환의 뮤직톡톡]  ‘I am X generation’

만져지지 않는 음반, 이미지로만 전달되는 음반 디자인…. 한정된 돈을 들고 어떤 음반을 고를지 고민하며 서 있던 추억의 음반가게도 멸종이 된 듯하다. 그리고 그 많던 라디오 리시버가 포함된 전축도 실종돼 버렸다. 친구들과 모여앉아 어떤 음반 표지 그림이 더 멋있는지 얘기할 일도 없어져 버렸다.

빡빡하고 빠듯하게 살고 있을 친구들에게 하나만 부탁하고 싶다. 그동안 고생했고 조금 더 고생하겠지만, TV가 있는 거실을 벗어나 혼자 생각할 시간도 가져보자.

혹시 집 한 구석에 외면 받고 있는 전축이 있다면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 보렴. 가끔 음악도 듣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는 별세계 같은 ‘나만의 옥탑방’을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거실에 있는 또 다른 X세대 아이들을 위해 멋진 ‘DJ 아빠’가 되어보면 어떨까.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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